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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개그콘서트’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오정연 2007-02-07

100분 동안 펼쳐지는 스크린 속 <개그콘서트>

코딱지만한 지방 마을에 세명의 김 관장이 모여든다. 태껸도장을 운영하는 곱슬머리 김 관장(신현준)과 검도도장을 지키는 긴 생머리 김 관장(최성국)이 코흘리개 부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는 이곳에 또 다른 김 관장이 나타난 것이다. 쿵후도장 김 관장(권오중)은 수련생들의 인심은 물론, 앞서 두 김 관장이 사모하던 동네의 대표미녀 박연실(오승현)의 마음까지 얻을 태세다. 살벌한 무술대결보다는 치졸한 질투와 술수가 난무하는 이 마을의 혼란상황은 수상한 외부인까지 흘러들어오면서 한결 심화된다.

태권도 챔피언과 유도 챔피언 중 누가 더 셀까. 권투선수와 레슬링선수 중 누가 싸움을 더 잘할까. 유치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이 호기심은 결국 이종격투기를 낳았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호기심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신현준과 최성국 중에서 누가누가 더 웃길까. 여기에 정준하와 탁재훈까지 가세한 개그펀치는 얼마나 강력할까. 이에 <김관장…>은 가문 시리즈와 <맨발의 기봉이> 등으로 코미디의 왕좌에 오른 신현준과 <낭만자객> <구세주> 등으로 예기치 않았던 개그력을 인정받은 최성국, TV시트콤으로 기술을 연마한 권오중을 스리톱으로 내세우고 정준하, 탁재훈 등 강력한 카메오를 곳곳에 배치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신현준과 최성국이 잘생기고 느끼한 외모의 카리스마를 온갖 오두방정과 ‘삑사리’로 날려버리는 동안 코믹한 외모의 권오중은 비교적 점잖은 고수의 이미지로 이들에 맞서는 식이다. 이야기의 진행보다 각각의 배우들이 지닌 장기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국면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김관장…>은 한편의 영화라기보다는 러닝타임 내내 쉴새없이 계속되는 ‘개그배틀’의 무대에 가깝다.

배우들의 개인기에 반응하는 관객의 웃음은 개그 프로그램 녹화장을 찾은 방청객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신현준을 향해 “아랍인처럼 보이는데?” “난 느끼한 놈들, 정말 싫어”라고 내뱉는 배우들은 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를 연상시키고, 엉터리 외국어로 구사하는 유머는 방송 개그의 오랜 메뉴다. 어쨌거나 <김관장…>이 마지막까지 강요하는 것은 오직 웃음 뿐이다. 신나게 웃고 즐기다가도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지 않으면 ‘영화감상’의 의의를 찾을 수 없다는, 한국형 코미디의 고질적인 강박관념이 엿보이지 않는 것은 일면 긍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103분짜리 (영화가 아닌) 코미디 ‘쇼’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김관장…>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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