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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포사
2001-10-09

마리 포사

■ Story

1936년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 갈리시아, 병약하고 여린 심성의 꼬마 몬초(마누엘 로사노)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학교에 가지만 급우들의 놀림을 못 이겨 도망쳐나오고 만다. 그러나 자상한 교사 그레고리오(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스)의 설득으로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되고 점점 선생님의 가르침과 인품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Review

앞의 줄거리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알아챘겠지만, <마리 포사>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1936년은 바로 스페인내전이 발발한 해다. 그해 2월16일 스페인의 총선거에서는 공화주의자들과 공산당 등이 연립하여 만든 인민전선(Frente de Popular)이 승리를 거두었고 5월에는 마누엘 아자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승리는 잠시였고 그해 7월18일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쿠데타가 발발함으로써 스페인은 2년이 넘는 내전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내전 발발 이후의 전선 상황에 대한 영화로 우리는 이미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을 접한 바 있다. 혹은 켄 로치가 상당부분 참조한 듯한 인상을 풍기는 조지 오웰의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마리 포사>가 다루는 시기는 내전 발발 직전, 아직 공화파가 정권을 잡고 있던 당시다. 이 시기는 짧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주인공 소년 몬초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된다. 어수선하고 불안한 한 시기를 통과하는 아이의 눈을 빌려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성장영화들의 예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마리 포사>는 그러한 성장영화들이 종종 취하곤 하는 소재들을 거의 고스란히 끌어오고 있다.

마을 공동체 바깥의 아웃사이더적 인물, 처음 인식하게 되는 성과 사랑, 그리고 주인공의 정서적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유주의적 지성인 등등. <마리 포사>에서 감독이 가장 공감하는 인물이 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스에 의해 섬세하게 연기된 교사 그레고리오일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자연에 대한 사랑, 인간애, 지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강하게 지닌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격하게 불어닥친 마녀사냥식 색출작업 속에서 몬초가 그레고리오를 향해 던지는, 그들만의 암호라 할 마지막 한마디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카르페 디엠’과 유사한 울림을 갖는다.

크레디트에 익숙한 이름이 하나 눈에 띄는데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여기선 음악을 맡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나비의 혀>이며 ‘마리 포사’란 스페인어로 나비를 뜻한다고 한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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