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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힘든 상투의 덧칠 <쏜다>

소시민의 일탈, 의아한 동지애로 끝을 맺는다

박만수(감우성)는 누구보다 모범 시민이며 걸어다니는 법의 실현이다. 윤리교사 아버지의 강제된 교육 탓에 어릴 적 품었던 카레이서의 꿈은 이미 날아가버린 뒤고, 지금은 그저 그런 공무원으로 지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아내는 이혼을 통보한다. 그의 지나친 준법정신이 불러온 무사안일의 삶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을 뒷전으로 하고 회사에 가니 이번에는 직장 상사가 그를 불러 해고를 알린다. 그의 환송회장. 박만수는 끝내 모멸감을 주는 동료들을 참지 못하고 드디어 술상을 뒤엎는다. 이제부터 막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껏해야 노상방뇨를 하던 중에 파출소로 붙잡혀 들어간다. 그때 거기서 이상한 인물 양철곤(김수로)을 만난다. 양철곤은 이런 힘겨운 세상에서 지내느니 때마다 가벼운 잡범으로 붙잡혀들어가 감옥에서 살다 나오는 게 훨씬 좋다는 주의다. 일은 아주 쉽게 풀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다. 호송되던 박만수는 경찰의 권총을 빼앗아 달아나고, 엉겁결에 양철곤도 같은 도주자가 된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살면서 서로 만날 일 없을 듯 보이는 모범 시민과 불량 시민이 서로를 돕거나 망치면서 끝까지 간다.

어디선가 본 구조다. 2007년에 돌아온 <라이터를 켜라>의 봉구와 그의 새 친구 이야기라 할 만하다. 이 영화의 각본 및 감독을 맡은 박정우의 이야기 세상에서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번지고 평범했던 자가 일상의 영웅 또는 악인이 되는 건 종종 마주치는 기본 골격이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 평범한 누군가는 일탈의 계기를 맞고야 만다. 그렇다면, 그 일탈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전작 <바람의 전설>에서 주인공이 맞았던 건 춤바람이었고, 이 영화는 훌륭하다 말하기 힘들지만 아늑한 면이 있다. 이야기 자체가 인물의 일탈을 달콤한 환상으로 감싼다. 따져보면 그 역시 문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 환상이 작은 즐거움을 줬다. 그러나 갑자기 서울에 나타난 <쏜다>의 두 남자 박만수와 양철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건마다 사회적 모순을 끌어들인다. 원론적으로는 지켜져야 하지만 이미 비뚤어져 있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그런데 거기에는 풍자의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해소의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투박한 인물형과 극 전개가 <쏜다>를 이해하기 힘든 상투의 덧칠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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