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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저 너머에
2001-10-11

비디오카페

얼마 전 아는 선배에게서 아주 가벼운 청탁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슨 어느 신문사에서 에로비디오에 관해 기사를 다루는데, 자료사진이 필요하니 우리 대여점을 촬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유의 청탁은 자주 있는지라 흔쾌히 승낙했다. 의심스러운 것은 오히려 신문사쪽에서 대여점 이름은 절대 드러내지 않겠다고 확인 또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좋은 영화도 아닌, 재킷이 난삽한 에로비디오를 촬영하는데, 우리 대여점 이름이 드러나면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아 신경써(?) 달라고 했다. 촬영하기로 한 당일은 우리 아르바이트가 정말 빛이 나게 대여점 내부를 청소를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르바이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누나, 이런 기사에 내려고 저 그렇게 청소 열심히 시키셨어요?”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기사냐 싶어 부랴부랴 신문을 찾아보았더니, 어머나 세상에!!! 우리 대여점에 와본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풀사이즈의 내부 사진인데다가 사진 캡션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위의 사진은 어린이들의 프로에 에로비디오가 바로 가까이 진열되어 있는 대여점.’ 더구나 그 사진엔 어린아이까지 서 있는 사진이었다. 이런 배신감은 도대체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하는 건지….

나는 대한민국에서 분리진열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18세 이상 관람가(빨간색 띠)의 영화들 코너는 철저히 연소자 관람가(초록색 띠)와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데다 아이들에겐 그 코너에 가지 못하도록 항상 주의를 준다. 우리 대여점이야 15평형 이상이 되니 이 정도의 구분을 할 수 있지만, 내부가 좁은 영세한 대여점들은 절대 그럴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기사들 한번 나가면, 정부당국에서는 ‘청소년 보호’에 큰일나는 것처럼 단속이네 뭐네 하며 영세한 대여점들을 손보는 게(?) 순서인데,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