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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심 그 자체의 잔인성과 무한성 <수>
문석 2007-03-21

쌍둥이 동생에 대한 속죄의식이 빚어낸 거대한 피바다.

소년 태수는 마약조직의 보스 구양원(문성근)의 돈을 강탈해 용케 도망친다. 태수를 쫓던 조직은 그 대신 일란성 쌍둥이 동생 태진을 붙들어간다. 그렇게 동생과 헤어진 태수(지진희)는 19년이 흐른 뒤에야 태진의 행방을 알게 돼 만날 약속을 정한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태수는 누군가가 쏜 총에 의해 태진의 머리가 관통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어릴 적부터 싸움을 잘했고 성인이 된 뒤에도 ‘수’라는 이름의 특급 해결사로 활약해온 태수는 태진의 신분으로 위장한 채 철저한 복수를 노린다.

신영우의 만화 <더블 캐스팅>을 바탕으로 한 최양일 감독의 영화 <>는 쌍둥이 동생 행세를 하는 태수가 태진의 죽음 뒤에 가려진 비밀을 파헤치고 응징하는 과정을 담는다. 태수는 태진이 다니던 경찰서 강력팀에 들어가게 되고, 동료 형사인 미나(강성연)가 태진의 애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태수는 또한 ‘수’를 뒤쫓고 있는 강력팀 형사(이기영)의 의심에 찬 눈초리도 받는다. 태진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아가야 하는 태수의 삶은 피마르는 긴장감 속에 휘감겨 있을 것이고, 전 애인과 같은 외모, 그러나 다른 영혼의 소유자를 바라보는 미나의 심정 또한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최양일 감독은 이러한 설정에서 자연스레 파생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는 태수의 정체라든가 미나와의 관계 등에 신경을 쓰는 대신, 오로지 복수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동생을 죽인 자들에 대한 태수의 복수심은 어찌나 대단한지, 손으로 상대방의 귀를 뜯어내거나 눈알을 파낼 정도다. 태수를 죽인 범인들의 실체가 명확해지면서 복수를 향한 태수의 마음은 더욱 뜨거워지며,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의 수위 또한 계속 올라간다. 특히 태수가 홀로 다수의 상대와 맞대결하는 클라이맥스 대목에 이르면 흥건한 핏물이 스크린 위에 실제로 고여 있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복수극이 격렬해짐에도 불구하고 태수의 복수심이 보는 이의 가슴으로 파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액션장면이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이나 숨가쁜 편집이 아니라 건조하고 거리감있는 시선을 통해 보여진다는 사실도 이와 관련있을 터. <>는 관객을 태수의 입장으로 끌어들여 복수극의 쾌감을 느끼게 하려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복수심 그 자체의 잔인성과 무한성을 보여주려 한 작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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