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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리고 7
2001-02-16

이건 분명 놀라운 변화다. 2001년 탄생할 신인감독들 속에 서 있는 여성감독이 무려 7명. 1997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가 시작될 때 78년 한국영화사 속 여성영화감독이 겨우 7명이었다. ‘현역’감독은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휴식기간이 꽤 길어진 이미례 감독 둘뿐이었다. 좀 우습지만 7인의 등장주기를 평균해서 잡자면, 11년을 좀 웃돈다.

오는 봄, 격년제 서울여성영화제가 세 번째로 열린다. 그동안 임순례, 이정향, 이서군 등 세명의 장편 여성감독이 나타났고, 임순례 감독은 두 번째 작품 <와이키키 브러더스>의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임순례 감독은 여성 후배들의 교사와도 같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시간을 쪼개 여성영화지망생들의 교육에 열성을 보이던 그는 그 수업을 영화제작과정까지 연장한 듯하다. <와이키키 브러더스>의 스탭 중엔 젊은 여성들이 유난히 많다. 또 있다. 여성영화제의 99년 새로운 발견이던 장희선 감독의 16mm영화 <고추말리기>가 이번 주말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개봉된다. 손가락이 꼼지락거린다. 민망하게 다시 셈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그토록 완고하던 충무로에 ‘그 많은’ 여성감독들이 일시에 진입하는 풍경은 자체로서도 장관이지만, 그건 분명 무언가의 결과거나 조짐임에 틀림없다.

한국영화 제작과정의 합리화 조짐. 여성의 능력을 편견없이 평가하는 선택의 합리성과 ‘남성적’ 권력행사자만이 현장을 통솔할 수 있다는 편견이 엷어지게 만드는 제작과정의 합리성이 충무로에 싹트기 시작했다면 과잉해석인가. 제도권과 제도권 밖 수업과 수련을 포함한 교육과정에서 먼저 일반화한 양성평등 역시, 영화와 여성의 거리를 좁혀놓았다. 영화현장이 아니더라도 영화만들기를 공부할 수 있게 되자, 현장접근이 어렵던 여성들은 전과 다른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출현은 한국영화 르네상스가 단순한 수사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감하게 한다. 이들이 날라올 다양성과 새로움이 훌륭한 비료가 될 테니까, 가장 큰 득을 보는 건 역시 한국의 영화다.

여성부가 신설된 2001년, 여성의 사회진출에 지극히 인색한 한국사회에서 영화가, 여성감독들의 존재가 여성부 못지않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정재은, 박경희, 이미연, 박찬옥, 김영, 이혜영, 그리고 이수현. 올해의 데뷔감독들을 결국 손가락으로 꼽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