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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식 누아르 스타일을 집대성 <익사일>
박혜명 2007-05-04

<익사일> exiled 두기봉/홍콩/2006년/109분/폐막작

조직 보스 암살에 실패하고 잠적한 아화(장가휘)는 조용히 가정을 꾸리고 산다. 그에게 네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조직원 화(황추생)와 페이(임설)는 보스의 명으로 아화를 죽이러 왔고, 형사 타이(오진우)와 마오(장요량)는 그 일을 막으러 왔다. 어릴 때부터 친한 다섯 사람은 의리의 법칙에 따라 아화와 그의 가족을 도주시키기로 하지만, 일은 하나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네 친구는 아화를 잃은 채 마카오의 황량한 벌판을 헤매기에 이른다.

<익사일>은 무엇보다도 두기봉이 생전에 할 수 있는 홍콩식 누아르의 스타일을 집대성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특히 좁고 복잡한 공간을 중심으로 10인 이상이 벌이는 주요 총격신들은 움직임의 구성, 카메라 워크, 편집, 하다못해 스모그의 흩날림까지도 아름다움을 향해 뜨겁게 불타오르는데, 단지 스타일이 비장한 것이 아니라 스타일의 비장함을 추구하는 태도 자체가 비장하다는 인상을 준다. 의리에 죽고 사는 남자 주인공들의 제스처도 유별나게 진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예감하고 그 길로 들어서는 이들의 마지막 모습 또한 엄청난 과잉의 멋에 취해 있다.

이런 부담스러운 비장미는 감독이 홍콩 누아르의 남자주인공들에 대해 품고 있는 연민에서 비롯된 듯하다. 네 사람은 폭력과 배신, 의리 아니면 죽음 밖에 없는 세계로부터 추방되었을(exiled) 때 쓸모있는 존재의 규명을 하지 못한다. 뒷골목에서 죽어가던 친구 앞에서도 무력했건만, 도망치듯 그 세계를 벗어나도 살 길은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나약할 뿐인 이들은 결국 ‘귀향’해, 쓴 웃음을 지으며 최후를 맞는다. <익사일>은 홍콩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애도로도 비쳐지며 그것을 기념하기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비문이다. 반대로 당신이 이 장르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익사일>은 과도한 전형성을 덧입은 허약한 스토리텔링의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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