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포커스
건프라, 나의 우주를 지켜줘

프라모델, 가샤폰, 소프비, 트랜스포머 등 로봇 완구의 모든 것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robota’에서 온 말로,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 K. 차페크가 발표한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사용한 이후 널리 퍼졌다. 당초에는 현대와 같은 의미의 로봇이라기보다 사람의 모습을 한 인형 내부에 기계장치를 조립해 넣어 작동하도록 만든 자동인형, 즉 일종의 ‘인조인간’(人造人間)에 가까운 의미였다. 말하자면 로봇은 그 근원에서부터 ‘인형’, ‘자동인형’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80년대 일본 완구업체 다카라가 내놓은 장난감에서 시작하여 미국 완구회사가 제작한 TV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거쳐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의 손에 도착한 <트랜스포머>가 6월28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클립을 미리 본 이들은 <트랜스포머>가 단지 어린이영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예견한다. 현대 완구시장의 중요한 축이었던 로봇 완구는 스크린에서 어떻게 부활했을까. 그간 사랑받았던 로봇 완구에 대해서 궁금해진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로봇 완구’라는 통칭 안에 포함된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그 전부를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최근 시점에서 인기가 있거나 중요한 몇몇 종류만을 골랐다.

■조립형 완구 - 프라모델

로봇 완구에는 크게 보아 구매한 고객이 직접 조립·제작해야 완성되는 것과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프라모델’이란 약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 ‘플라스틱 모델 키트’는 그중에서 첫 번째 조립형 완구의 대표적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키트’라고 칭하는 조립 가능한 플라스틱 부품과 조립설명서를 종이상자에 넣어 판매하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국내에서도 과거 여러 업체에서 발매하여 주로 문방구를 통해 판매되곤 했다. 프라모델에는 로봇 이외에도 비행기나 탱크 등 밀리터리 계열이 인기가 높았는데, 본래 영국군이 차량 식별 교육용으로 고안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이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프라모델’이란 명칭은 1959년 일본의 대표적 프라모델 업체인 ‘마루산’이 상표등록했다가 도산 이후 1975년 ‘일본프라모델공업협동조합’에 이양되었다. 즉 현재 ‘프라모델’은 플라스틱제 모형에 대해 일본프라모델공업협동조합이 소유한 등록상표인 것이다. 말하자면 소니의 ‘워크맨’이란 상표가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대표적 상품으로서 상품의 종류 자체를 통칭하게 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라모델은 1950년대 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에 들어온 미군들에 의해 유입되어, 1958년 일본 국산품으로서는 최초로 마루산상점이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발매했다고 한다(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도 존재하지만 생략한다). 이후 주로 군함과 비행기 등 밀리터리 계열 프라모델이 주류였는데, 이마이과학에 의해 ‘캐릭터 모델’이 등장했고 스포츠카와 기차의 인기로 자동차나 열차 프라모델도 등장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프라모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로봇 프라모델이 인기를 끌게 된다. 그 이전까지 로봇 완구는 완성형이 많았으나 ‘건담’ 프라모델, 약칭 ‘건프라’의 높은 인기로 국내에서도 요즘에는 오히려 로봇 완구라고 하면 프라모델을 연상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생각된다.

‘건담’ 프라모델, 약칭 건프라는 1980년 7월 발매된 144분의 1 스케일(실물을 144분의 1로 줄여 만들었다는 의미)의 주역 로봇 건담을 필두로 수많은 종류가 발매되었다. 특히 건프라는 그때까지 남자아이용 로봇 완구의 대표격이었던 ‘초합금 시리즈’와 비교하여 한개에 300엔 정도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2년 건프라 구입을 목적으로 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가던 초·중학생 250명이 한꺼번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일본에서 사회현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애니메이션으로는 거의 수입되지 않았던 터라(일부 예외는 있음), 2000년대 이전까지 ‘건담’ 팬의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의 필름으로 만든 책이나 설정 자료집 외에는 작품을 직접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건담’ 팬의 상당수는 1980년대 국내에도 유입되었던 건프라를 즐겼던 팬들이었다. 일본에서도 프라모델 팬은 밀리터리 계열로 시작되었다는 유례 때문인지 ‘리얼리티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라, 1990년대까지도 ‘건담’ 시리즈의 팬은 곧 로봇애니메이션에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았다.

현재에는 건프라를 발매한 일본의 대표적인 완구회사 반다이가 국내에 매장을 여는 등 건프라의 인기는 아직까지도 식지 않고 있으며, 단순히 남자 어린이들의 취미가 아니라 1980년대부터 즐겨온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취미로 삼을 수 있도록 MG(마스터 그레이드) 시리즈, PG(퍼펙트 그레이드) 시리즈 등 고가에 높은 퀄리티를 갖춘 제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근래에는 일부 성인 여성들까지도 포함하여,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즐기는 완구의 대표 격으로 자리잡고 있다.

■완성형 완구 - 초합금 시리즈

THE 초합금 마징가Z.

초합금 시리즈 중 하나로 1997년부터 발매된 ‘초합금 혼’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팬이 많이 늘어난 완구의 한 종류다. 본래 ‘초합금 시리즈’는 1972년 방영이 시작된 이후 전세계에서 대히트한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 <마징가Z>의 대표적인 완구로서, 1974년 일본의 완구회사 포피(현재 반다이 보이즈토이사업부로 편성되어 있음)에서 발매한 것이다. <마징가Z>는 이후 일본의 로봇애니메이션 사업의 한 전형을 제시한 작품으로서, 완구회사와 협력하여 완구 판매를 목표로 로봇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형태를 본격적으로 갖추게 된 인기작이었다. 특히 작중에 등장하는 ‘초합금Z’라는 가상의 물질이 마징가Z의 뛰어난 성능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는 설정을 통해, 일부러 다이캐스트(die casting: 금형 주조법 중 하나)나 ABS수지 등 무거운 소재로 만든 완구가 당시 일본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연 합금을 이용한 다이캐스트 파트를 도입한 초합금 시리즈인데, <마징가Z>의 후속작 <그레이트 마징가>가 1974년부터 방영을 개시하자 초합금 시리즈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완구 판매가 애니메이션 제작의 주요 수입원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초합금 시리즈’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30년이 지난 현재에까지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1980년대 건프라 붐이 일면서 시장의 취향이 무거운 초합금 완구에서 가볍고 개인적인 변형과 수정이 가능한 프라모델로 바뀌었고,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초합금의 인기가 쇠퇴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1983년 제작회사였던 포피가 같은 계열의 반다이그룹으로 흡수 통합되기도 하나, 1997년 ‘초합금 혼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다시 한번 붐이 일어난다. ‘소년의 마음을 가진 어른들에게’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등장한 초합금 혼 시리즈는, 마징가Z, 그레이트 마징가는 물론 그랜다이저, 볼테스Ⅴ(파이브) 등 고전 로봇과 함께 건버스터, 에반겔리온 등 비교적 신작인 로봇들까지 발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초합금 시리즈와 같은 계열로는 금속을 사용하지 않은 초대형 완구 ‘점보머신더 시리즈’, 특수촬영 히어로가 탑승하는 각종 탈것을 완구화한 ‘포피니카 시리즈’ 등이 발매되었다. 포피니카 시리즈는 초합금 혼 시리즈 등장과 함께 ‘포피니카 혼’이라는 새 브랜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완성형 완구 - 가샤폰, 식완

가샤폰(GASHAPON)은 일본의 완구회사 반다이가 개발한 ‘캡슐형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되는 손바닥 크기의 피겨 상품(‘캡슐 토이’라고도 함)의 상품명이다. 역시 일본의 완구회사인 유진의 상품명 ‘가차’(Gacha)와 합쳐 ‘가차폰’이라고 불릴 때도 있다. 이 ‘가샤’나 ‘가차’는 전부 캡슐형 자동판매기에 100∼200엔의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릴 때 나오는 소리이며, 뒤의 ‘폰’(퐁)은 자동판매기에서 완구가 튀어나오는 소리를 뜻한다. ‘캡슐형 자동판매기’는 국내에서도 과거 문방구 등 가게 앞에 비치되어 완구나 각종 아동용 액세서리를 판매했던 장치를 말하는데, 최근 완구회사 유진이 국내에도 진출하여 일본제 가샤폰 완구도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캡슐형 자동판매기는 미국에서 먼저 고안해낸 것인데, 그것을 가샤폰이라는 피겨 완구의 판매에 본격적으로 이용한 것은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다이의 대표적인 시리즈로는 HG 시리즈가 있다.

<기동전사 건담> 앗가이 등.

가샤폰은 본래 피겨(캐릭터나 로봇 등의 입체 조형물을 가리키는 용어, 완구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상품 중에서도 매우 소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종 식품의 부록으로 제공되는 ‘식완’(식품 완구, 주로 과자에 부록으로 딸린 경우가 많다)과 함께 일본의 소형 완구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다만 피겨는 원래부터 로봇 이외에 인간형 캐릭터나 특촬물(특수촬영 드라마나 영화)의 히어로와 괴수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마찬가지로 이 가샤폰 시리즈에도 로봇 이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로봇 가샤폰으로서는 고전적인 로봇 작품인 <철인 28호>나 <용자 라이딘> 등, 그리고 리얼 로봇물에 해당하는 <건담> 시리즈, <마크로스> 시리즈 등 여러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완성형 완구 - 소프트비닐

‘소프비’라는 약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확하게는 폴리염화비닐(PVC)을 중심으로 한 합성수지로 만든 완구를 가리키나, 재료보다도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든 완구를 통칭할 경우가 많다. 단순히 플라스틱(합성수지)으로 만든 완구에 위에 설명한 가샤폰이나 기타 다른 종류까지도 포함할 수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가샤폰 등과 같은 소형 제품을 제외한 대형 제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하겠다. 앞서 ‘초합금 시리즈’ 항목에서 잠깐 설명했던 초대형 로봇 완구‘점보머신더 시리즈’ 역시 재료로 볼 때에는 소프트비닐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비닐 완구 역시 사람 형태의 캐릭터 상품이 주류라고 할 수 있겠으나 로봇 완구도 여러 종류 발매되어 있다. 당초 부드러운 합성수지 재료를 사용한 이 소프트비닐 완구는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안전상의 이유로 채택돼왔으나, 현재에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환경 호르몬 문제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체 재료로서 PVC 등 기존 플라스틱과는 조금 다른 합성수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완성형 완구 - 변형·작동 완구

변형과 합체는 아이들의 ‘로망’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로봇애니메이션의 여러 로봇들은 변형·합체를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래서 완구에서도 당연히 변신이나 합체를 재현해낸 제품이 상당수 존재한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곧 영화로도 소개될 예정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로봇 완구들은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탈것이 로봇으로 변형되어 싸우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본래 일본의 완구회사 다카라가 판매하던 ‘다이아크론’(1980∼84년에 판매된 완구 시리즈), ‘미크로맨’(1974∼84년에 판매된 완구 시리즈) 시리즈를 미국의 완구회사 하스브로사가 다른 변형 로봇 완구들과 함께 ‘트랜스포머’(Transformers)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것이다. 이 제품 시리즈가 미국에서 대히트하여 다시 일본에 역수입되었고, 전세계에 많은 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작동 완구는 태엽을 감아 움직이게 하는 태엽형이 예전부터 있었으나, 근래에는 건전지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 완구가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조이드’(Zoids) 시리즈는 1981년 일본 도미사가 수출하여 미국에서 발매된 이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제품이다. 그 밖에도 최근에는 일본에서 소니가 개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를 비롯한 ‘펫 로봇’이 등장하고 국내에서는 로봇형 자동청소기가 유행하는 등 로봇 완구에 다른 목적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타 완구

<레스톨 특수구조대> 보드게임.

로봇 완구에는 이제까지 설명한 장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개러지키트’로 불리는 소량생산형 조립 키트도 있는데, 레진캐스트라고 하는 합성수지의 성형 방법을 이용하여 만든 소수의 부품을 조립해서 각자가 채색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로 손을 봐서 개인 취미에 맞는 완성 형태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는 프라모델과 같은 대량생산으로서는 채산이 맞지 않을 만큼 마이너한 제품을 소량만 생산하여 개인들에게 판매하려는 경우에 사용되는데, 1995년 로봇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히트할 당시 당초에 이 제품은 프라모델 등으로는 상품화되지 않고 개러지키트 중심으로 상품화된 것에 힘입어 인지도가 좀더 높아졌다(본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제작사인 가이낙스의 전신(前身)인 제너럴프로덕츠라는 회사가 개러지키트 제작사였던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로봇 완구

#@004#@

한국에서도 <로보트 태권V>의 히트 이후 많은 로봇 완구가 만들어졌다. 대부분은 일본제 로봇 완구인 경우가 많았으나, <로보트 태권V> 이외에도 <영혼기병 라젠카>나 <레스톨 특수구조대> 등 국내 로봇애니메이션의 완구가 발매되었다. <레스톨 특수구조대>는 조립형 프라모델이 발매되었고, <영혼기병 라젠카>는 주역 로봇들의 대형 완성형 완구가 문방구 등에 공급되었다. <로보트 태권V>는 근래에도 대형 완구가 출시되기도 했다.

최근 재개봉된 <로보트 태권V>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동시기에 개봉된 <천년여우 여우비>와 함께 국내 애니메이션의 장래를 밝게 했다.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에서는 <로보트 태권V>의 신작 제작과 함께 완구 상품 전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다시 한번 국산 로봇 완구의 미래가 펼쳐질지 관심이 간다. 더불어 <영혼기병 라젠카>나 <레스톨 특수구조대>는 물론, <녹색전차 해모수>나 그 이전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등 과거에 발매된 국내 애니메이션의 완구들도 재조명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