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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에반의 방주로 세상을 구하라
황수진(LA 통신원) 2007-06-19

<브루스 올마이티> 속편 <에반 올마이티> LA 현지 시사기

이제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속편만을 만들기로 작정한 것일까? 이미 개봉한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 끝에서> <슈렉3>에 이어, 이번 주 개봉하는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 그리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다이하드4.0>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이들은 모두 올 여름 개봉하는 속편영화들이다. 천문학적인 제작비 기록을 나날이 갱신하는 할리우드가 택한 생존 전략은 기존의 성공한 타이틀을 브랜드화하는 것이었다. 투자자들로서는 그 선택은 지금까지 꽤 만족스러워 보인다. 다만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저예산영화만이 존재하는 양극화 현상, 즉 중간급 프로젝트가 설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2003년 전세계적인 히트작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인 <브루스 올마이티2: 에반 올마이티>(이하 <에반 올마이티>) 역시 코미디 장르임에도 엄청난 제작규모를 자랑한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다룬 이 작품을 위해 제작진은 거대한 규모의 방주를 직접 제작해야 했고, 수많은 동물들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고, 이를 다시 컴퓨터상에서 합성해야 했다. 대홍수의 재현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딧은 정말 멈출 줄을 모른다 .

<에반 올마이티>는 정확히는 속편이라기보다는 스핀오프(spin-off)이다. 전편에서 브루스 놀란(짐 캐리)의 소심하고 이기적인 경쟁자인 에반 벡스터(스티브 카렐)에게 난데없이 떨어진 방주 만들기라는 과제를 둘러싼 해프닝을 다루는 이 작품은 기존 캐릭터를 끌어왔지만, 전편에 비해 확실히 가족영화로서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정치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는 에반 벡스터.

새 차, 새집, 새 직장으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에반은 이사한 날, 잠든 아내 곁에서 자신의 슬로건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게 된다. 그 기도에 진심이 담겨서였을까? 다음날 그의 집 앞에는 목재들과 각종 도구들, 심지어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까지 배달되어 온다. 그리고 대뜸 그 앞에 나타난 신은 곧 홍수가 날 테니 방주를 만들라 하고는 사라져버린다. 스트레스 때문에 헛것을 보았을 뿐이라고 애써 부인하는 에반 앞에 이제 방주를 만들라는 창세기 6장 14절을 나타내는 징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

<에이스 벤츄라> <라이어 라이어> <브루스 올마이티> 등의 흥행작을 만들어낸 톰 새디악이 감독을 맡은 <에반 올마이티>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로 할리우드의 차세대 코미디 스타로 급부상한 스티브 카렐,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으로 각종 TV쇼에서 종횡무진하는 완다 사익스, 이름과는 달리 나쁜 정치가로 등장하는 존 굿맨, 전편에 이어 또다시 신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모건 프리먼, <길모어 걸스>의 로렌 그레이엄이 함께했다.

“짐 캐리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톰 새디악 감독, 주인공 스티브 카렐 인터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스티브 카렐은 무척 진지하고 점잖은 인상으로 모든 질문에 너무 진지했다. 종교와 관련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질문에도 자신은 정치와 종교는 철저히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영화홍보를 위한 자리이지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무척이나 길고, 진지하면서도,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감독인 노아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의 톰 새디악은, 해외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에게 하나하나 관심을 보이며 이런저런 농담을 끊임없이 던지는 등 매우 활발하고 적극적이었다.

-아이들 학비를 대줄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면 만족한다고 했던 인터뷰를 기억한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톰 새디악 : (빙글거리며) 이번 영화의 개런티가 얼마였는지 물어보는 질문 같은데…. =스티브 카렐 : 이젠 확실히 아이들을 대학까지 다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앞으로 30∼40년 뒤 내 손자, 손녀들의 학비도 다 대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진짜 변화를 실감하는 부분은 이제 더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처음 , 톰이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을 만든다며 전화했을 때, 나는 당연히 주인공은 짐 캐리 그대로인 상태에서 내게 이전의 조연 역을 다시 해달라 제의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주인공으로 할 계획이라는 말에 솔직히 순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영화에서 에반이 바라듯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 =스티브 카렐 : 내가 너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는 몰라도 거기에 대해서는 진짜로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 그 질문을 재치있게 농담으로 받아치기에 내게 그 질문은 너무나 무겁다. 그보다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 상대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의미가 된다는 것 말이다. 간단히는 옆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런 메시지가 좋았다. =톰 새디악 : 영화의 시작에 자명종이 신의 계시 전달하는 도구로 나온다. 자명종을 통해 이제 깨어나서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행동들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과 엮이게 되는 인과관계들을 인지하자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환경보호의 메시지가 강조되었다. 평소 그 방면에 관심이 많은가. =톰 새디악 : 이 영화를 통해 많은 환경 캠페인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환경’은 단순히 에코생태적 관점을 넘어서서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를 포함한 것이다. 나와 나를 둘러싼 가족, 친구, 동료 등등을 포함해서 이 모두를 위해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상대를 위한 자그마한 배려, 친절이 세상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테니까.

-어쩔 수 없이 전편의 짐 캐리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스티브 카렐 : 짐 캐리는 하나의 아이콘 같은 대상이다. 그런 그와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에반 벡스터와 브루스 놀란은 전혀 다른 캐릭터다. 나는 그냥 이제까지 해왔듯이 나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뿐이다. 에반은 남들에게 보이는 겉모습에 신경쓰고, 자기 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쁜 캐릭터는 아니다. 그에게 어느 날 닥친 신의 방주를 만들라는 엉뚱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참모습에 대한 이야기다. =톰 새디악 : 속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브루스 올마이티>와는 전혀 다른 영화다 .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브루스가 신에게서 받은 전지전능한 힘을 자신의 맘대로 쓰는 과정에서 코미디가 형성된다. 반면에 <에반 올마이티>에서는 모든 일들이 에반에게 닥친다. 이번 영화의 웃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당하는 에반을 보면서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두 영화는 서로 엮여 있지만, 동시에 서로 완전히 다른 영화다. 특히 <에반 올마이티>는 가족영화로서 영화 전체 톤도 전작과 확실히 구분된다.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동물과 함께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스티브 카렐 : 냄새가 아주 지독했다. (웃음) 동물들은 자신들이 지금 영화를 찍는 중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그들은 카메라가 돌아가건 말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이를테면 시도 때도 없이 똥을 싼다거나 내 귀를 뜯어 먹으려 한다거나. 영화에서 원숭이와 함께 레모네이드를 먹는 장면이 있다 . 원래 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이라서 영화에서 즉흥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표정을 나름 짓곤 한다. 그런데 동물들은 아주 민감하다. 아주 자그마한 어조의 변화도 금세 감지한다. 문제는 이 원숭이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은 표정에 벌컥 화를낸 것이다. 카메라는 돌아가는데, 마치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대 정말 진짜 무서웠다. 컷 사인이 내려지자 조련사가 와서는 절대로 동물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 사실 그런 주의는 촬영 전에 미리 일러주어야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정말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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