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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미드나잇] 시청자 낚기의 진수는 바로 이것

떡밥 드라마의 대표, <로스트>와 <앨리어스>의 제작자 J.J. 에이브람스

<로스트>

<로스트> 채널CGV 월요일 밤 12시

미국 드라마, ‘미드’가 우리나라 드라마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몇년에 걸쳐 동일한 배우가 동일한 등장인물로 출연하는 이른바 ‘시즌’ 시스템이다. 1994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04년 시즌10까지 무려 238편을 동일한 6명의 배우들이 만들어낸 시트콤 <프렌즈>는 미국식 시즌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다. 2001년에 시작해 얼마 전 시즌6을 끝낸 <24>, 1998년부터 시작해 6개의 시즌으로 마무리한 <섹스 & 시티>, 1993년부터 9개 시즌을 방영하며 2002년에 종영한 <X파일>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수 미드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녕, 프란체스카>, <논스톱>, <학교> 등이 시즌 제도를 흉내내긴 했지만, 제목만 같을 뿐 주연배우들 대부분 바뀌면서 일관된 흐름을 이어가진 못했다. 드라마를 사전에 제작해 방송하고 시즌이 끝나면 배우들과 제작진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도록 여유를 줄 수 있는 방송환경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몇년에 걸쳐 방영하는 드라마가 완결이 안 된다든지, 같은 배우가 같은 인물을 몇년에 걸쳐 연기한다든지 하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가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확연이 갈리는 미드들이 있으니, 이른바 ‘떡밥 미드’라고 불리는 <로스트> <앨리어스> <히어로스> 등이다. 떡밥 미드란 다수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향후 진행될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암시와 복선 등을 마구 던지며 이야기의 구조를 확장해나가는 형식의 미국 드라마를 뜻한다. 에피소드들 하나하나씩 보면 매우 흥미진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즌이 늘어나면서 이야기의 끝이 보이지 않기도 한다는 특성 때문에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고, 급기야는 중도에 시청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김윤진이 출연했고 얼마 전까지 지상파 방송에서 시즌1이 방영되어 잘 알려진 <로스트>는 그런 떡밥 미드들 중에서도 단연 ‘지존’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48명의 항공기 추락 생존자들 그리고 그들과 대립하는 정체불명의 ‘디 아더스’까지 줄잡아 주요 인물 30여명의 현재와 과거가 뒤엉키는 구조는 사실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보다가 지치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로스트>로 궁극의 떱밥 미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제작자 J.J. 에이브람스라는 인물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또 다른 떡밥 미드인 <앨리어스>를 제작했고, 큼지막한 떡밥을 던져놓고 시작함으로써 기존 시리즈와 확연히 차별되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헨리에 대하여> <포에버 영> <아마게돈> 등의 시나리오를 맡고, 네번의 시즌 동안 84개 에피소드를 방영한 청춘드라마 <펠리시티>를 제작할 때까지 그의 ‘떡밥 강박증’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었다. 그보다는 제작자, 작가, 감독 때로는 작곡가라는 다양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매우 감성적인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런 경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방송사에 스카우트되어 풍족한 예산으로 하이테크 스파이 액션 드라마 <앨리어스>를 제작하게 되는 시점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떡밥 강박증’을 작품에 녹여 넣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떡밥이 아주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첨단 SFX로 만든 탄탄한 이야기 속에서 마구 뿌려지는 떡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덥석 물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들어 있다. 톰 크루즈가 그에게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을 제안한 것도 <앨리어스>의 초기 방영분을 보고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시즌1의 대성공에 힘입은 <로스트> 시즌2가 지나치게 떡밥 던지기에만 집중하고 전개가 한없이 늘어지자 일부 시청자들은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얼마 전 종영한 시즌3는 그동안 던진 떡밥들의 실체를 하나씩 까발려주며 상황을 급반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지금까지 던졌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거대한 떡밥 하나를 떡하니 던져놓는 것을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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