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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없는 감금자와의 게임 <4.4.4.>
박혜명 2007-06-20

매력없는 감금자와의 게임. 자극은 불쾌만을 부르기도 한다

유괴살인범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여자의 사투를 그린 공포스릴러물.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여성 톱모델이 어딘가로 납치되어 고통스런 죽음의 위협을 당하고, 탈출하려 애쓰나 번번이 실패하고, 옆방에 감금된 남자와 힘을 합쳐 또 탈출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첫 시퀀스에서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서서히 피를 뽑히는 희생자와 이 죽어가는 희생자를 대망치로 내려찍는 감금자를 보여준다. 서막이 제공하는 자극적인 공포와 스릴은 이후 얼굴에 염산 붓기, 오장육부 믹서로 갈아 주스 만들기, 귀여운 강아지 쏴 죽이기 등 더욱 다양하게 불쾌하고 수위 높은 아이디어들로 90여분간 개휴를 반복한다. <4.4.4.>는 완벽한 감시·통제체계가 마련된 공간 안에서 감금자와 피랍자가 벌이는 게임이며, 플롯의 앞길은 쉽게 내다보인다. 영화가 재미없고 기분 나쁜 건 그러나 뻔한 플롯 때문이 아니다. 게임의 운영자인 감금자 캐릭터에 무작정 강도 높은 클리셰들만 주렁주렁 달아놓고 일관성과 의도라곤 찾아볼 수 없게 한 것이 문제다. 기댈 맥락이 최소한도 되지 않으면, 예측이고 반전이고 모두 우스워 보일 뿐이다. 이를 아는 자기변명인 걸까. 각본가 래리 코언(<폰부스>)은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네 수작은 너무 뻔해! 이제 그만둬!”라고 어느 순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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