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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
2001-10-23

시사실/바운스

■ Story

유능한 광고제작자 버디(벤 애플렉)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그렉(토니 골드윈)과 자신의 비행기표를 바꾸게 된다. 그러나 버디를 대신해 LA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렉은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다.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버디는 그렉의 가족들의 안부를 살피려는 목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자인 그렉의 미망인 애비(기네스 팰트로)에게 접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까워진다. 애비에게 사랑을 느낄수록 버디의 죄책감은 커져만가고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려던 일조차 점점 어렵워진다.

■ Review

공을 튀길 때나 덤블링을 할 때, 혹은 침대 위에서 뛰어놀 때 느껴지는 탄력있는 솟아오름, 그것이 ‘바운스’라는 단어의 의미이다. 물론 이 영화는 위의 세 가지 경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영화는 심리적 바운스, 즉 사랑을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우울한 기분이 어떻게 해서 원위치, 추락하기 전의 명랑했던 상태로 다시 되돌아오는가의 과정을 그린다.

아이러니한 것은 버디와 애비의 관계. 두 사람의 심리적 추락과 상승은 각각 서로의 존재에서 비롯된다. 그렉이 없었다면 버디는 죄책감과 광고업자로서의 회의를 느낀 나머지 알코올중독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버디가 없었더라면 애비에게도 젊은 나이에 생과부가 될 운명 따위는 없었다. 결국 그렉의 죽음을 계기로 이 둘은 만나고, 게다가 사랑에 빠진다. 애비는 남편 대신 죽었어야 할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이 남편 대신 죽었어야 하는 사람으로 인해 남편의 죽음이 가져온 슬픔에서 치유된다. 병주고 약주는 사랑에 휘말려드는 애비. 이러한 아이러니는 흔히 ‘운명적인 사랑’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것이 영화 속의 것이라면 운명적 사랑은 어느새 영화적 상투성, 혹은 작위적 장치로 탈바꿈하여 관객의 예상을 비껴나가기 힘든 흔한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슬라이딩 도어즈>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네스 팰트로는 간발의 차이가 운명을 바꿔놓는 드라마를 선택했다. 다만 <슬라이딩 도어즈>에서의 운명이 가정의 형식,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필연의 얄궂음을 그린 것이었다면, <바운스>가 보여주는 운명은 이미 일이 터진 뒤에 시작되는 평면적인 전개를 보인다. 헤어진 옛 연인 기네스 팰트로와 벤 애플렉이 영화 속에서 키스를 나눈 뒤에 어떤 운명적 변화를 겪게 될는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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