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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아니어도 좋아!
2001-10-23

비영어권 영화들 미국흥행 호조, <아멜리에>의 흥행기록 경신여부 관심

비영어권 영화들이 2001년 들어 미국시장에서 흥행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10월17일치 <스크린 데일리>가 보도했다. LA와 뉴욕 중심으로 제한된 수의 스크린에서만 개봉되는 것이 보통인 외국어영화의 ‘고지’는 100만달러. <스크린 데일리>는 연말을 두달 남겨둔 10월 현재 2001년 개봉해 북미지역 입장수입이 100만달러를 넘어선 외국어영화가 예년보다 많은 11편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수위를 차지한 영화는 미라맥스가 미국 배급, 크리스탈필름이 캐나다 배급을 맡았던 프랑스영화 <클로셋>으로 총 630만달러 수입을 기록했다. 2위는 라이온스 게이트의 멕시코영화 <아모레스 페로스>(540만달러), 3위는 미라맥스가 배급한 프랑스영화 <당신의 영원한 친구 해리>(380만달러)가 차지했으며, 파트리스 르콩트의 <길로틴 트래지디>가 310만달러로 그뒤를 이었다.

<와호장룡>이 바람을 일으킨 지난해까지 <시네마천국> <일 포스티노> <인생은 아름다워>로 외국어영화 가운데 미국시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던 이탈리아영화의 전통을 이어 2001년 가장 높은 성적을 올린 이탈리아영화는 <빵과 튤립>. 281만달러로 5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영화 중에는 USA필름이 배급한 왕가위의 <화양연화>가 274만달러를 벌어 6위에, <와호장룡>의 개가를 올린 소니 픽처스 클래식의 영화, 장이모의 <집으로 가는 길>이 126만달러로 외국어영화 흥행 9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1년 미국 내 비영어권 영화 흥행 10걸의 명단은 남은 두달간 고쳐 쓰여질 전망. 최대의 기대주는 프랑스 국민 다섯명 중 한명이 관람하는 초현실적인 성공을 거두고 현재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시라노>가 보유했던 기록을 깨고 역대 프랑스영화 중 최고 속도로 순항중인 <아멜리에>. 11월2일 전미 개봉을 앞둔 <아멜리에>만한 강풍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자크 리베트의 영화 <알게 되리라>가 9610달러의 매우 높은 스크린당 수입을 기록하며 10월 둘째 주말 스크린 수를 3개에서 7개로 늘렸고 메넴샤사가 배급해 장기상영에 들어간 <데뷔>도 같은 주말 6개 스크린에서 6만4670달러의 탄탄한 수입을 올리며 지구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1993년에 만들어진 원화평의 <철마류>는 북미 배급권을 소유한 미라맥스를 통해 지난 10월12일 뒤늦게 개봉되어 박스오피스 6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말 동안 1225개 스크린에서 601만4653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스크린당 입장수입으로는 박스오피스 1위 <트레이닝 데이>에 버금가는 4910달러를 기록한 <철마류>의 개봉 첫주 성공은, 몇해 전 홍콩영화 마니아로서 <철마류>와 원화평을 미라맥스에 천거했다가 심드렁한 반응만 얻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를 득의양양하게 만들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망하기도 했다.

제아무리 세계화시대라도 미국 박스오피스가 알아듣는 언어는 영어가 유일하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격언. 지금까지 미국 관객의 주류를 움직인 외국어영화는 <특전 U보트> <니키타> <롤라 런>등 따뜻한 휴머니즘영화나 액션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자막이 있는 영화로서 지난해 주거지역 멀티플렉스까지 진출한 <와호장룡>의 위업에 이어, 올 들어 외국어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파이팅은 비영어 영화를 수용하는 미국 관객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게 아니냐는 희망적 관측을 낳고 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