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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씨 <와이키키...> 관람기
2001-10-24

개그맨 박경림한테서 전화가 왔다. 약속한 영화시사회를 가야하는데, 몸이 아파서 갈 수가 없으니 대신 갈 수 있겠냐고.... 목소리가 허스키한 게 이럴 땐 좋은 것 같다. 너무 애절하게 들려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인데 밴드 얘기라서 오빠가 보면 무척 좋을 거라고 했다. 조금 겁이 났다. 개인적으로 밴드가 나오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극장으로 향했고, 영화는 시작됐다.

점차 그 어떤 마법처럼 영화에 빠져들었다. 첫번째 마법은 밴드이야기인데, 전혀 음악영화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난 어디에 속하는가를 찾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두번째 마법은, 어떻게 장면이 바뀔 때마다 지나온 날의 기억들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지 신기했다. 두시간 남짓한 시간에 살아온 날을 다 정리한 듯 싶다. 오랫만에 느껴본 영화의 무서운 힘이었다.

세번째는, 왜 자꾸만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오는지가 당황스러웠다. 첫사랑이 떠나던 그날처럼…. 너무 웃겨서 쓰러지면서 웃었는데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문득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할까봐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미친 사람 같았다.

시사 뒤에 그날 오신 관객들과 함께 많은 얘기들을 나누면서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 떠나온 어린 날들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게 되는데 다만 그러기엔 우리가 살아갈 날들이 너무 많아요. 지금 어린 날들을 돌아보듯이 이 다음에 우리가 노인이 되면 지금이 또 어린 날이잖아요. 그때가 되서 또 후회하지않도록,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살아갑시다. 하루를 생애처럼!”

`공연'이라는, 문화의 한 부분에서 살고있는 사람으로서 문화의 역할을 개인적으로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문화라는 것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성취감을 주는건 아니지만, 성취감을 위해 때로는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치열함 위에 따뜻함과 순수를 얹어주어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성취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문화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난 뒤에 들었던 세상에 대한 따뜻한 느낌과 알 수 없는 묘한 자신감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기를 소망한다.

김장훈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