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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방울방울
2001-10-24

단편 <순간접착제> 촬영현장

지하철 안이다.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있다. 뭐 하는 걸까?

한 남자의 손에는 무전기가 다른 한 남자의 손에는 이상한 하얀 물건이 들려 있다. 어라, 자세히 보니 그 물건은 순간접착제다. 두 사람, 갑자기 칼싸움이라도 하듯이 접착제와 무전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한 남자는 단속이라고 쓰여진 완장을 팔에 차고 있다. 그는 지하철 행상을 단속하러 나온 공익근무요원이다.

다른 남자는 순간접착제를 팔러 나온 가난한 가장이다. 결국 남자는 지하철에서 급히 쫓겨나오면서 순간접착제가 가득 든 가방을 놓고 나와버렸다. 허탈해 하며 공원에 앉아 있는 그에게 비눗방울을 쏘며 한 노숙자가 다가온다. 부서져 있던 장난감을 남자가 준 접착제로 붙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서로 웃는다. 그 웃음을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편영화 <순간접착제>의 이석훈 감독은 ‘그렇다’고 말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 죽여야 하는 전쟁의 극한 상황, 베트남 정글에 낙오된 한국병사와 베트공 소녀의 대치상황에서도, 따뜻하고 유쾌한 결론을 이끌어냈던 전작 <For the Peace of All Mankind>와 닮은꼴 영화. 영화진흥위원회와 화장품 브랜드 에이치투오플러스의 제작지원을 받아, 시네와이즈 필름에서 제작했다. 올 부산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출품작.

사진·글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