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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적인 멜로드라마 <미... 마이셀프>

타이적인, 너무나 타이적인 멜로드라마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멜로드라마에는 늘 그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부모의 반대, 불치병, 출생의 비밀 같은 다소 드라마틱한 요인부터 성격 차이라는 알쏭달쏭하지만 가장 흔한 문제까지 남녀관계를 훼방놓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타이영화 <미… 마이셀프>는 좀 색다른 장애물을 설치해두고 주인공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은 여자(차야난 마노마이산티팹)는 울며 운전을 하다 길에 서 있던 한 남자(아난다 에버링험)를 치는 사고를 낸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여자는 할 수 없이 당분간 남자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여자는 남자의 목걸이에 매달린 글자에서 따서 그에게 ‘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집으로 데려온다. 혹시 몰라 전기충격기까지 준비해두고 출근할 땐 방문을 꼭 걸어 잠그던 여자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탄에 대한 마음의 빗장을 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탄이 최면요법 중 한 여성의 모습을 기억해내자 여자는 불안해진다. 이제 기억은 두 사람의 현재 행복을 망가뜨릴지도 모를 잠재적인 위협으로 변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야 내 자신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은 상투적이지만 매력적인 주제다. 이 영화의 장점은 후반부에 발휘된다. 기억상실은 식상하고 반전은 예측 가능했다. 그럼에도 과연 세상에 가능한 커플의 형태는 한정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고뇌는 신선하다. 비록 이들의 사랑을 위해 마련한 알리바이는 사족 같은 느낌이지만…. 퐁파트 와치라번종 감독은 장르문법을 성실히 따라가며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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