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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요리영화의 등장 <식객>
2007-10-31

반가운 요리영화의 등장, 다채로운 테크닉에 더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듯

일단 요리영화라 반갑다. 이미 만화 <미스터 초밥왕>과 <맛의 달인> 등으로 거대한 세계를 완성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금옥만당>(1995), <식신>(1996) 등의 홍콩도 요리영화에 관한 한 나름의 레시피를 갖췄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허영만 원작의 <식객>이 거의 유일무이한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식객>이 한식에 집중하면서 다소 민족주의적 내러티브를 끌어들이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원작도 영화도 일본적 전통에 빚지고 있다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한식’의 세계라는 점에서 독창성을 지닌다.

트럭 하나에 몸을 싣고 야채, 생선 장사를 하는 성찬(김강우)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이 한 일본인에게서 발견되고, 그가 조상의 잘못을 사죄하겠다며 대신 그 칼의 적통을 찾는 요리대회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5년 전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해 벌였던 요리 승부에서, 봉주(임원희)에게 졌던 성찬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요리대회를 취재하는 열혈 VJ 진수(이하나)의 끊임없는 권유와 라이벌인 봉주와의 재회 때문에 대회 참가를 결심한다. 생선 요리와 최고의 숯 가리기, 그리고 소고기 정형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성찬과 봉주는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인다. 승부는 어느덧 마지막으로 순종 임금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는 대령숙수 최고의 소고기국을 재현하는 대결로 접어들게 된다.

영화는 이미 18권까지 나온 원작을 성찬과 봉주의 대결로 압축한다. 그래서 성찬이 거주하는 곳도, 숯을 만드는 인물도 달라지는 등 원래의 설정을 변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사이 원작과 달리 요리에 대한 실제적 정보 전달이 미흡하고, 요리사에게 직접 소 정형을 하게 하는 무리수도 생겼지만 전반적으로 원작의 디테일들을 최대한 살리는 가운데 매끄럽게 봉합된 편이다. 다만 영화는 대결이라는 장편영화의 틀을 만들기 위해 요리영화 본래의 색깔이나 테크닉보다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도 원작이 보여준 한식에 대한 강조를 요리 그 자체보다 민족적 정서를 풀어내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리 과정을 꽤 ‘먹음직스럽게’ 보여주던 초반부 시골집 장면이나, 분할화면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던 대회 초반부와 비교하자면 후반부에서는 요리장면 자체만으로 식욕의 상승효과를 끌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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