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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를 향해 바치는 찬가 <스카우트>
주성철 2007-11-14

시대의 아픔 속에서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는 김현석 감독의 소시민 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열흘 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화려한 휴가>의 또 다른 버전은 아닐까 궁금하겠지만, 김현석 감독은 친절히 ‘99% 픽션’이라는 자막까지 넣어뒀다.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는 바로 야구와 더불어 소심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다. 그러니까 <스카우트>는 그의 이전 두 영화인 <YMCA야구단>(2002)과 <광식이 동생 광태>(2005)가 한몸으로 만난 영화다. 하지만 그 속에는 시대의 암울한 공기가 흐른다. 스포츠 에이전시의 세계를 다뤘던 <제리 맥과이어>(1996)의 한국적 저개발의 기억이라고나 할까?

1980년, 대학 직원 호창(임창정)에게 광주 출장 명령이 떨어진다. 광주일고 3학년 ‘괴물’ 야구선수 선동열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카우트해오라는 것. 하지만 경쟁 대학이 이미 점찍어둔 상태고, 행방 역시 묘연해 출장 일수는 늘어만 간다. 그런 가운데 호창은 광주가 고향이자 옛사랑이기도 한 대학 후배 세영(엄지원)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세영은 7년 전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었지만, 호창에게 선동열의 어머니를 소개시켜주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비밀리에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던 세영은 경찰의 포위망에 걸려들고 호창은 그녀를 구하려 동분서주한다.

김현석 감독은 당시의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경쾌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의 세계 안에서 광주의 건달 곤태(박철민)도 진심으로 시를 낭송하고, 짝사랑 세영을 구하기 위해 온몸으로 경찰서에 뛰어든다. 이처럼 독특한 감각으로 갈지자를 걷는 그의 유머는 <스카우트>에서도 여전하다. 1980년이라는 시대적 무게 안에서 그의 관심은 실패한 소시민이다(당시 선동열은 K대로 갔었기에 영화는 처음부터 실패의 기록임을 못 박고 시작한다). 임창정은 김현석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에서 야구선수 대신 야구심판이 됐던 남자를 연기했고, <스카우트>에서는 한때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야구를 접은 남자를 연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극중 호창의 투구폼은 눈에 띈다. 선동열의 아버지 몰래 투구 연습을 할 때, 그리고 세영을 구하기 위해 경찰서의 전구를 깨트릴 때도 그는 언더스로로 공을 던진다. 오버핸드를 정통파라 할 때 언더스로는 그야말로 ‘정통’이 아닐뿐더러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그 어떤 것이다. 소재든 유머든 취향이든 정통의 것을 비껴나려는 감독의 의도도 그 안에 있다고나 할까. <스카우트>는 세상 모든 비주류를 향해 바치는 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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