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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이야기꾼’ 저메키스 <베오울프>
김도훈 2007-11-14

로버트 저메키스의 두 번째 CGI 마술, 어른의 판타지와 만나다

신과 괴물과 인간이 공존하던 암흑의 고대. 호르트가르 왕(앤서니 홉킨스)이 다스리는 덴마크 주민들은 정체불명의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의 무차별적인 학살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물론 괴물이 존재하는 곳에는 언제나 영웅이 당도한다. 베오울프(레이 윈스턴)라는 젊은 전사가 열네명의 병사와 함께 호르트가르 성에 도착하고,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그렌델의 목숨을 빼앗아 덴마크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분노한 그렌델의 엄마, 아름다운 물의 마녀(안젤리나 졸리)가 나타나 전사들을 무참히 도륙하고 만다. 그녀를 죽이려 혈혈단신 동굴로 들어선 베오울프는 그렌델이 호르트가르 왕의 자손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 역시 부귀영화와 권력을 유지해줄 테니 자신과 동침해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유혹을 받게 된다. 제의는 받아들여지지만 무심한 운명은 50년 뒤 베오울프에게 되돌아온다.

<베오울프>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만들어진 풀 CGI영화다. 모든 캐릭터는 실재 배우의 연기를 디지털화해서 만들어낸 것이며, 그들의 ‘연기’는 <폴라 익스프레스>의 생명력없는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럽다. 그러나 저메키스는 오로지 기술적인 진화에만 목을 매는 영혼없는 기술자가 아니다. 앵글로색슨족의 서사시에 바탕을 둔 닐 게이먼과 로저 애버리의 간결한 각본에는 영웅의 이야기에 숨은 나약한 인간의 비극이 있고, ‘어른들의 이야기꾼’ 저메키스는 전작 <폴라 익스프레스>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실험과 영화적 감흥의 합의점을 고르게 짚어낸다. 영화의 디지털 스펙터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3D IMAX관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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