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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주문을 지닌 연쇄살인스릴러 <우리동네>
강병진 2007-11-28

아이는 보살피고 다 큰 처녀는 단속하자는 해괴한 주문을 지닌 연쇄살인스릴러

우리동네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연쇄살인 스릴러인 <우리동네>는 수많은 범죄뉴스를 보며 사람들이 가졌을 안도감을 악몽으로 바꿔놓는다. <우리동네>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곳은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다. 시체들은 잔혹하게 난자된 뒤, 동네 초등학교의 운동장을 비롯해 동네 골목, 동네 놀이터, 동네 공원에 전시된다. 연쇄살인범은 옆집 사람일 수도 있고, 다음 피해자는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악몽. 뿐만 아니라 동네의 살인사건은 또 다른 자의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추리소설가인 경주(오만석)는 요즘 살인충동을 느끼는 일이 많다. 출판사 편집장은 경주를 무시하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독촉하고, 거리의 폭주족들은 그에게 소화기 분말을 쏘아댄다. 경주의 살기는 동네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딛고 드러난다. 어느 날 밀려드는 살인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경주는 집주인을 살인한 뒤,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하여 시체를 전시한다. 경주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자 형사인 재신(이선균)은 새로운 살인사건을 모방범죄가 아닌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한편, 경주와 재신 말고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어린왕자’란 이름의 문구점을 경영하는 효이(류덕환)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착한 청년으로 소문나 있지만, 소년 같은 얼굴 이면에 잔혹한 살인본성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형사와 연쇄살인범, 그리고 모방범죄자를 한 동네에 밀어넣은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들의 숨겨진 관계를 추적한다.

<우리동네>는 ‘살인’이라는 소재를 놓고 파생시킬 수 있는 여러 지점을 건드린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충동이 영화의 초반부를 채우고 나면, 연쇄살인범에게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으며 살인대상인 여자들은 ‘타락’했기 때문에 죽었다는 해묵은 관습이 이어진다.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경주와 재신, 효이의 과거를 엮어놓고 한 사람의 죄가 다른 이의 죄를 낳고, 그의 죄가 또 다른 죄를 낳는다는 순환론을 드러낼 때다. 하지만 영화가 지닌 살인에 관한 세부적인 해석은 과잉된 연출에 의해 자취를 감춘다. 애써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려는 듯한 음악, 애써 연쇄살인범을 해부하려는 듯한 인용과 설명, 또한 역시 애써서 자신이 ‘괴물’임을 보여주려는 과장된 연기는 영화의 좋은 시작을 무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장르적인 외면을 욕심내기보다는 살인사건으로 어제와 오늘이 달라진 동네의 빛깔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본래 의도를 찾아내기에는 영화의 덧칠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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