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말랑말랑한 순정만화적 감수성 <내 사랑>
최하나 2007-12-19

빠져들기엔 너무나 안일한 사랑의 찬가

같은 시간, 다른 장소, 7명의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4가지 사랑 이야기. <내 사랑>은 <러브 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같은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 멜로영화다. <연애소설> <청춘만화>를 연출한 이한 감독이 3번째로 메가폰을 잡았고, 이른바 사랑 3부작의 완결판이라는 <내 사랑> 역시 감독의 전작들과 같은 말랑말랑한 순정만화적 감수성으로 충만하다. 지하철 2호선 기관사 세진(감우성)은 스스로 꿈속에 살고 있다고 믿는 주원(최강희)과 엉뚱하면서도 달콤한 데이트를 즐긴다. 지하철 안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짐칸에 올라가 시체놀이를 벌이는 등 주원의 요구는 종종 그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세진은 그래도 독특한 감성의 그녀가 사랑스럽다. 대학생 소현(이연희)은 남몰래 짝사랑하는 과선배 지우(정일우)에게 소주 마시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제안하고, 광고회사에 다니는 수정(임정은)은 10번 찍어도 안 넘어오는 홀아비 직장 선배 정석(류승룡)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투한다. 한편, 6년 동안 전세계를 돌며 프리허그 운동을 펼쳐온 진만(엄태웅)은 옛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국 땅을 밟고, 이제 이들 모두에게는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는 개기일식의 날이 다가온다.

개기일식과 사랑의 기적을 연결시킨 극의 설정처럼 <내 사랑>은 실상 현실의 중력장을 벗어난 동화적 사랑 이야기다. 황량한 지하철 선로가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그린 상상의 공간으로 변하고, 연애소설에서 오려낸 듯 닭살스런 대사들이 실소가 아닌 짠한 눈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 영화에서 “꿈속에 살고 있는 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라며 힐난하는 감우성에게 최강희가 던지는 “아직도 넌 내가 보는 걸 못 보는구나?”라는 대사는 <내 사랑>이 관객에게 요구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아직도 순수한 사랑을 보지 못하는 거야? 사랑의 기적을 믿어, 라는. 하지만 순도 100%의 사랑 이야기를 직조하기 위해 <내 사랑>이 택한 것은 선한 세포만으로 탄생한 듯 밋밋하고 평면적인 캐릭터, 낡고 상투적인 에피소드,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전형적인 신파 코드다. <내 사랑>의 문제는 그것이 판타지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스스로를 동화시킬 만큼 그 판타지가 매력적이지 못하며, 안일하고 낯뜨거운 클리셰의 반복에 그친다는 것이다. 4가지 이야기를 오가는 편집의 리듬은 나쁘지 않지만, 감정이 미처 자리를 잡기 전 강요하듯 치고 들어오는 음악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