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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서울은 지금 복원공사 중

서울은 지금 공사 중이다. 무엇을 복원하는 공사와 무엇을 새롭게 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구조선총독부 건물이 헐려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경복궁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고, 청계천 고가도로가 해체되었다. 그와 맞물려 세운상가 재개발이 발표되었고, 서울시청의 신축안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 계획안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사실 서울이 이렇게 공사판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하철 공사로 끊임없이 땅을 파헤쳤고, 그전에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아파트 공사에 도로공사, 거기다 보수공사까지 서울은 개발의 몸살을 앓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서울의 상황만은 아니었다. 전국이 그랬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벌어지는 서울시의 건축사업은 그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90년대 이전에는 경제논리에 치우친 개발사업이 주였다면 90년대 들어와서는 주로 복원 사업이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되어왔다.

구조선총독부 철거는 역사 복원사업이었고, 경복궁 복원 역시 문화·역사 복원사업이었다. 그런가 하면 나중에는 단순한 수변공원사업이 되어버렸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의 처음은 분명 생태 복원사업이었다. 서울시청의 신축문제 역시 모자란 업무 공간의 신설이라는 필요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시민들의 활발한 논의로 요즘 경운궁과의 녹지축 연계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광화문 광장 계획도 서울의 중심 축인 육조거리를 문화적으로 복원한다는 문화·역사 복원사업에 해당한다. 그러고 보면 서울은 지금 문화, 역사, 생태를 위한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전 시대의 개발 논리에 비하면 그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세운상가 개발사업은 대단위 업무 중심의 빌딩군들로 채워지지만 처음부터 개발 전제에 북악산에서 시작하여 창덕궁을 타고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이 제시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의미들이 복선처럼 깔려 있다. 일제강점기하에서 전혀 이 땅의 가치에 무관심한 이방인들에 의해 서울이 극심하게 문화 역사, 생태적으로 왜곡되었고, 그 이후 개발독재를 거치면서 땅은 곧 돈으로 치부되는 무분별한 개발로 국토는 몸살을 앓았다. 지금 일어나는 서울의 복원사업은 훼손된 우리의 정치·문화적 정통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왜곡된 생태환경을 복원하자는 게 가장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고만 있지는 않다. 청계천은 생태를 복원하기는커녕 미래의 세대들조차 생태를 복원하기 힘들게 아예 빗장을 걸어둔 꼴이 되어버렸다.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안도 보면 단순히 너른 광장에 가로수를 심어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문화·역사적 복원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또 복원사업을 너무 정치적인 의미에 국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서울의 생태는 빠져버린 것이다. 너무 잘 아는 이야기이고, 너무 중요해서 다시 하는 말이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서울과 같은 산수를 가진 도시는 없다. 서울의 정치·문화·역사적 복원은 생태적 가치가 상실되면 그 어느 것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앞서 서울과 같은 도시는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 서울과 같은 도시는 많다. 도쿄가 그렇고, 뉴욕이 그렇고 홍콩이 그렇다. 비슷비슷하다. 서울이 이들과 변별되는 점은 광장이 많고, 문화 유적이 많아서가 아니다. 문화 유적이야 유럽의 고도를 따라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서울은 생태적 의미에서 이들 여타의 도시들과 구분된다. 이 구분에서 서울의 문화·역사적 복원은 자연스럽게 얻어져야 한다. 문화와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고자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생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는 생태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나무 한 그루와 흙 한줌, 풀 한 포기가 이쉽게 느껴져야 한다. 이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서울의 복원사업들을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한다. 과연 광화문 광장이 서울의 생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세운상가 재개발을 통해 남산의 다람쥐가 북악산까지 다닐 수 있을지, 서울시청은 어떻게 경운궁의 녹지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지금 생각해야 한다. 이 생태복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어떤 정치적, 문화적, 역사적 의미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