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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러브레터 < P.S 아이 러브 유 >
정재혁 2008-01-02

후렴구가 지나치게 긴 러브레터

사랑은 추신으로밖에 말하지 못할 만큼 용기가 없다. 세실리아 아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P.S 아이 러브 유>는 부끄럽다고, 귀찮다고, 티격태격하느라고 일상의 뒤편으로 미루어놓았던 말 ‘사랑해’가 세상 어떤 말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영화다. 갑작스런 남편 제리(제라드 버틀러)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여자 홀리(힐러리 스왱크)는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싸웠던 기억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후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낸다. 그러던 그녀에게 남편의 편지가 도착한다. 죽기 전 제리가 준비해두었던 이 편지들은 며칠에 한통씩 홀리에게 배달되는데 홀리는 이후 편지의 말들을 따라 1년의 세월을 산다. 남편과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사랑하고, 완성할 수 없는 그 사랑의 불완전함을 하소연하며 눈물 흘린다. 영화는 제리의 편지를 따라, 홀리의 후회를 따라 하염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도 길어지면 서서히 짜증이 나는 법. <P.S 아이 러브 유>는 다하지 못한 사랑 고백이 지나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영화다. 제리의 죽음 이후 홀리의 자기 연민과 과거 회상은 도가 지나치고 영화는 홀리의 감정을 차분히 설명하기보다 추신으로 쓰일 에피소드의 애절함만을 강조하려 한다. 제리가 죽기 전 홀리와 제리 사이의 관계도 추신을 위한 장식처럼 엉성하게 서술하고 홀리와 제리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굳이 없어도 상관없을 만큼 이야기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스텝맘> <포레스트 검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제작했던 웬디 피너만이 제작에 참여했지만 <P.S 아이 러브 유>는 소설의 구절을 아무런 고민없이 읊는 듯한 밋밋한 영화로 완성됐다. 거칠고 강한 이미지가 익숙한 제라드 버틀러(<300>)와 힐러리 스왱크(<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로맨스도 쉽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다. 2007년 12월21일 미국에서 개봉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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