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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름, 가족 < MR. 후아유 >
안현진(LA 통신원) 2008-01-02

살 비비며 함께 살아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이름, 가족

장례식은 좋은 이야깃거리다. 장례식이 아니었으면 모이지 않았을 가족들은 각자의 문제들로 바쁘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한국영화 <축제> 속 가족이 그랬고, 장례식은 아니었지만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에서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비밀과 드러내지 않는 속내가 이와 닮았으며, <HBO> 시리즈 <식스 핏 언더>의 에피소드에서 매회 반복되는 장례식은 애통하기보다 어색하고 뒤탈이 많았다.

<MR. 후아유>는 장례식 소동극이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애인이라며 난잡한 사진으로 대니얼을 협박하는 난쟁이 피터와 진정제로 잘못 알고 먹은 환각제 때문에 나체로 지붕 위에 오르는 예비 신랑 사이먼의 에피소드가 소동의 중심에 있다. 영국식 주택의 공간과 정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촬영된 영화는 불청객 피터의 존재와 진정제 통 속의 약이 환각제라는 정보를 따라 전개되는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반면에 모르는 사람들은 정신없는 장례식이라고 수군거릴 뿐이다. 제목이 묻는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은 갑자기 밝혀진 비밀로 지금껏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낯설게 느끼는 대니얼이 죽은 아버지에게 던지는 답답한 심정이다. 자잘한 웃음거리를 만들며 굴러간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었으며…”로 시작한 지루한 추도사를 “너의 삶에 진실하라”는 생전의 조언으로 마무리하는, 예상 가능한 결말을 선택했다. 영화는 박장대소할 기회를 주지는 않지만 관객에 따라 미소 짓거나 히죽일 수 있는 순간이 곳곳에 있다. 진심어린 대화가 부재한 가족의 그늘과 가족이 기대를 배반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있다는 것을 지적당하는 것도 그런 웃음을 웃는 도중이다.

동성애, 약물, 장애 등을 골칫거리로 설정한 점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무리수였지만 각본 안에서 매끈하게 잘 봉합됐고, 말장난과 슬랩스틱이 대부분인 코미디는 유치하거나 천박하지 않다. 튀지 않는 영국 배우들의 앙상블이야 여느 영화만큼이나 흡족하고, 성공했으면서 인색한 형과 고부간의 갈등에 난감한 표정만 짓는 소심남 대니얼(매튜 맥퍼딘)과 예비 장인에게 환심을 사야 하는데 환각제의 약효로 쇼를 하는 사이먼(앨런 터딕)이 발군이다(터딕은 주·조연급 중 유일한 미국인 배우다). <전망좋은 방>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세브란스> 등에 출연한 익숙하고도 낯선 영국 배우들의 얼굴을 전작의 역할에 줄 그어보는 것도 <MR. 후아유>의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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