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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감독의 이야기 <아스라이>
정재혁 2008-01-09

영화를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구질구질함

재능없으니까 영화 그만두라는 후배 지훈(심재원)의 말에 상호(김상석)는 술잔만 채운다. 우연히 아는 동생의 부탁으로 프로듀서를 맡으며 영화를 좋아하게 된 그는 무작정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후배의 듣기 싫은 충고가 계속 이어지자 마지못해 한마디 뱉는다. “좋은데 어짜노, 그냥 해야지.” 김삼력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스라이>는 대구에서 영화 만드는 초짜 감독의 이야기다. 자신의 경험이 어쩔 수 없이 많이 묻어났을 것 같은 에피소드들이 눈에 보이고,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의 애로사항, 좋아하는 영화를 어디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현실이 흑백영화의 침울한 톤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재능의 여부, 현실의 어려움을 모두 초월한 열정. 하늘에 닿지도 못하면서 매일 점프를 연습하는 개구리의 예를 빌려 상호의 점프를 응원한다. 그러나 <아스라이>는 독립영화인의 고뇌를 드라마에 자연스레 담아내지 못한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감독을 옆에 두고 촬영을 하거나 콘티를 짜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에피소드는 재미있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별다른 설명없이 힘들고 아픈 현실을 전제하고 들어간다. 다소 도식적으로 배치된 캐릭터도 아쉽고, 오즈 야스지로도 모르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도 모르지만 영화를 만들려는 상호의 열정도 투박하기만 하다. 오히려 영화 자체가 그 투박함의 열정으로 완성된 김삼력 감독의 애정처럼 느껴진달까. 여러모로 아쉽지만 상호의 고뇌를 부정하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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