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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운명 속에 휘말린 세 남자의 표정 <명장>
문석 2008-01-30

블록버스터의 틀 안에 진한 감정의 쇳물을 붓는 ‘격정 액션영화’

<명장>의 요체이자 전부라 할 수 있는 세 의형제 이야기는 19세기 말 중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다.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는 데 공로를 세워 양강총독에 임명된 마신이가 의형제로 지냈던 장문상에게 살해된 것이다. 마신이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데서 ‘자마’(刺馬)라 불리는 이 사건은 마신이가 또 다른 의형제의 아내를 탐해 그를 살해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철 감독의 1973년작 <자마> 또한 ‘형제애 대 치정’의 대립구도 속에 놓여 있다. 반면 <금지옥엽> <첨밀밀> 등 멜로영화의 달인 진가신 감독은 자신의 첫 액션영화 <명장>에서 같은 소재를 취하지만, 주제를 좀더 확장한다. 그는 마신이에 해당하는 방청운(이연걸)과 의형제들인 조이호(유덕화), 강오양(금성무)을 내세워 형제애란 도대체 무엇이고, 대의명분과 전쟁은 무엇이며, 정치와 권력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캐묻는다. 방청운과 눈이 맞은 조이호의 부인 연생(서정뢰)과 관련된 이야기는 차라리 부차적으로 취급되는 느낌마저 준다. 결국 4천만달러의 예산이 수긍될 정도의 거대한 전투신이나 정소동 무술감독이 창조한 생생한 ‘리얼액션’보다 <명장>에서 강조되는 것은 비극적 운명 속에 휘말린 세 남자의 표정이다. “전쟁터에서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들을 진실하게 담아내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명장>은 광기어린 시대에 맞서 개처럼 싸웠던 사람들의 초상을 지두화처럼 굵고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번에 개봉되는 프린트는 (한국서도 다운로드되고 있는) 중국 버전에서 삭제된 폭력적 장면 일부가 담겨 있고, 정치·역사적 배경 또한 명확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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