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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후계 <아름답다>

김기덕 필름에서 제작하고 김기덕의 시놉으로 이야기하되 그의 제자가 연출하다

은영(차수연)은 아름다운 몸을 지녔다. 연예인이 아니냐며 괜히 말을 걸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아니라고 말해줘도 너무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고 싶다고 그들은 다시 청한다. 미용실 원장은 원하기만 하면 정말 연예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절친한 친구의 애인은 친구 몰래 은영에게 꼴사나운 구애를 한다. 그녀의 집 앞에는 연애를 호소하는 꽃다발이 떨어질 날이 없다. 성민이라는 스토커도 거기에 꽃을 놓는데, 결국 그가 일을 벌인다. 은영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강간한다. 그리고는 경찰에 자수한다. 사건을 접한 형사와 순경 은철(이천희)이 은영을 찾아온다. 은철은 상처받은 은영이 가여워 처음에는 보호하려 하지만 점점 성민처럼 그도 은영을 도착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때쯤 은영은 사건의 후유증으로 자기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저주하게 되고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며 고의적으로 몸을 망치려고 한다. 아름다운 몸 때문에 비운에 빠진 여자와 그 아름다움에 홀려 범죄와 죽음에 이르는 무모한 남자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어딘지 낯설지 않다.

<아름답다>를 본 당신이 김기덕의 신작을 본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면 그건 옳은 느낌이다. 몸에 관한 이런 극단의 상황은 일찍이 김기덕의 것이며 이 영화는 그의 최근작 <시간>과 <숨>의 연출부를 지내며 감독 수련을 한 신인 전재홍의 데뷔작이다. 게다가 원안 자체가 김기덕 감독이 써놓은 짧은 시놉시스에서 출발했다. 그 밖에도 전재홍은 김기덕식 연출방식이라 할 만한 저예산의 빠른 현장 진행 스타일뿐 아니라 숏과 신의 구성 및 서사의 전개라는 영화적 면모에서도 어떤 경제성을 배운 것 같다. 단편 <물고기들>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던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의 후계’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김기덕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이 개연성과 핍진성이 아닌 철학적 개념 설정과 그에 대한 맹렬하고 집요한 탐구라는 점을 전재홍은 신봉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이라는 타고난 최상의 조건 때문에 도리어 고통에 처한 피해자,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순결하거나 무모한 가해자들, 그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경험하게 되는 몰이해와 파괴적 자기 확신이 이 한편의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꿈틀거리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데 그건 김기덕의 영화에서 앞으로 더 배워야 할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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