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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90년 전 공포영화를 만나는 기쁨, <유령마차>
ibuti 2008-03-07

실체를 확인하지 못해 우리에게 전설로 남은 영화가 있다. 가장 영향력있는 무성영화이자 공포영화인 <유령마차>도 그런 영화 중 한편으로, 잉마르 베리만이 “15살 때 처음 접한 뒤 여름마다 보았으며, 내 영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작품이다. 얼마 전 출시된 <유령마차>의 DVD로 그간 <산딸기>의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빅토르 시외스트룀의 작품세계를 드디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유령마차>는 스외스트룀의 열렬한 팬이었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셀마 라게를뢰프와 감독이 네 번째로 만난 결과물이다. 시외스트룀은 <잉게보리 홀름>(1913)부터 <바람>(1928)에 이르는 걸작시대의 가운데 위치한 <유령마차>에서 그의 영화를 특징짓는 사실주의 멜로드라마와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결합시켰다. 12월31일 밤, 다비드는 옆의 주정뱅이들에게 전설을 들려준다. 전설인즉 그해의 마지막 날에 마지막으로 죽은 자가 다음 한해 동안 ‘죽음의 마차’를 몰며 영혼을 거두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비드는 자기가 올해의 죄인이 되리란 걸 모른다. 곧 죽게 되는 그의 영혼은 사자의 손에 이끌려 그가 저지른 죄악과 그로 인해 불행한 죽음에 이른 가족과 구세군 자매를 목격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 플래시백 속의 플래시백, 흥미로운 전개, 매끄러운 편집, 정교하게 구현된 이중노출, 엄격한 구도 등 <유령마차>의 기술적 성취와 완성도는 이 영화가 거의 9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유령마차>의 진정한 가치는 영화에 담긴 정신에 있다. <유령마차>는 인간이 죽음에 대해 느끼는 정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영혼을 잃은 자의 고통을 빌려 인간과 선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배려, 영혼의 성숙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들려준다. <유령마차>를 보노라면 림보의 영역을 정말로 경험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영화를 예술과 사명으로 받아들인 시외스트룀의 진심이 아니었다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DVD는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동일한 본편 영상에 매티 바이와 KTL의 음악을 사용한 판본을 따로 선택하도록 해놓았는데, 무성영화음악 전문가인 매티 바이의 것이 낭만적이라면 전자음악과 실험음악이 바탕인 KTL의 것은 격렬하고 스산하다(전자가 영화엔 더 어울린다). 매티 바이 버전은 부록으로, 보기 힘든 베리만의 소품을 별도 수록했다. 베리만이 1990년경에 왕립극단의 무대에 올렸던 것을 TV용으로 각색한 <이미지 메이커>(2000년, 100분)는 <유령마차>의 감독, 원작자, 감독과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배우, 촬영감독 율리우스 옌존(베리만의 영화적 동반자인 스벤 닉비스트를 가르친 사람이다)이 스튜디오에서 벌이는 가상의 사건과 대화를 통해 삶과 예술을 반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