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네버랜드’를 찾아서 <연을 쫓는 아이>
이영진 2008-03-12

30년 동안 지우고 살았던 ‘네버랜드’를 찾아서

1975년 카불. 12살 동갑내기 아미르와 하산은 꼭 같이 붙어다니는 단짝친구다. 유약하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인 아미르에게 하산의 존재는 특히 절대적이다. 골목에서 덩치들에게 시달릴 때에도 하산은 아미르를 위해 겁도 없이 새총을 겨눈다. 그들의 아비가 그러하듯이 그들 또한 도련님과 하인으로 묶여 있지만, 들판에서 연을 날리는 두 소년은 친형제처럼 서로를 위하고 챙긴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눌 것만 같던 시간은 그러나 오래지 않았다. 얼마 뒤 열린 연날리기 대회에서 아미르는 하산의 도움으로 우승을 차지하지만, 연을 찾으러 골목길에 들어갔다가 꼼짝없이 성폭행을 당하는 하산의 고통을 못 본 척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끝에 아미르는 하산을 모함하고 결국 그 일로 인해 하산과 그의 아버지는 집을 떠난다. 이후 30년이 흘러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아미르. 난민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딱지를 떼고서 이국에서의 생활을 만끽할 무렵 과거의 죄책감을 상기시키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공감할 만한 성장영화는 그저 무작정 소매를 붙잡고서 회귀선에 올라탄다고 뚝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 어떤 모양의 다리를 잇대어 되돌아올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마크 포스터(<몬스터 볼>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연을 쫓는 아이>는 다소 순진한 티를 벗지 못한다. 성인이 된 아미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탈레반의 놀잇감이 된 하산의 아들을 데리고 올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동안 펼쳐지는 두 꼬맹이의 이야기는 원작만큼은 아니더라도 눈여겨볼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구소련의 침공으로 난민의 처지가 된 아미르와 그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건너와 살게 되는 후반부의 진행은 실 끊긴 연처럼 헤매기 일쑤다. 하산의 아들을 찾아 생사를 보장할 수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칭송받던 자신의 아버지 또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게 되는 아미르. 그러나 그의 속죄는 누린 뒤에 버리고 떠나온 자들의 후회를 파고들기보다 핏줄을 제 손으로 거두어들이겠다는 맹목처럼 보인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