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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에 대한 멀티 플롯 우화 <내가 숨쉬는 공기>
김도훈 2008-04-09

희로애락에 대한 멀티 플롯 우화

<내가 숨쉬는 공기>는 희로애락(喜怒‘愛’樂)의 네 가지 챕터로 구성된 다중 캐릭터 영화다. 첫 번째 챕터 ‘해피니스’(Happiness). 펀드매니저 포레스트 휘태커는 조작 승마에 돈을 걸었다가 갱두목 핑거스(앤디 가르시아)에게 빚을 지고 은행을 털기로 계획한다. 두 번째 챕터 ‘플레저’(Pleasure). 핑거스의 부하인 브렌단 프레이저는 자신의 능력으로도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고통받는다. 세 번째 챕터 ‘소로우’(Sorrow). 핑거스에게 학대당하는 젊은 팝스타 사라 미셸 겔러는 자신을 숨겨주는 브렌단 프레이저와 사랑에 빠진다. 마지막 챕터 ‘러브’(Love). 의사 케빈 베이컨은 짝사랑해온 친구의 아내(줄리 델피)를 살리기 위해 희귀 혈액 소유자인 소로우를 찾아다닌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삶와 운명 속에서 헤엄치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보편적 우화로서 <내가 숨쉬는 공기>는 <숏컷> <바벨> <크래쉬>의 적자다. 희로애락의 이름을 덧씌운 각각의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의 챕터 속에서 슬그머니 마주치거나 빗겨나가며 운명론적인 비극의 목격자가 된다. 하지만 각 챕터가 간직한 힘은 좀처럼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알트먼이나 폴 해기스의 영화처럼 특정한 인종적, 문화적 소재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성이라는 광범위하고 보편적인(혹은 방만하고 빈약한) 개념으로 영화를 엮어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캐릭터들 역시 타인의 운명을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활용되고 버려진다. 브렌단 프레이저, 앤디 가르시아, 사라 미셸 겔러의 성심있는 연기는 똑 떼어내 음미할 만하다. 포레스트 휘태커는 언제나처럼 좀 과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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