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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는 이름의 욕망에 눈이 먼 이들 <비스티 보이즈>
오정연 2008-04-30

세심한 관찰력 지수 ★★★★ 내러티브 밀도 지수 ★★ 감독과 배우(특히 하정우)의 호흡 지수 ★★★★

삶이 이처럼 쉬워도 되는 걸까. 골프 연습장이며 고급 헬스클럽을 오가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승우(윤계상)는 청담동의 잘나가는 호스트다. 그에게 쿨하게 연애를 걸어오는 지원(윤진서) 역시 그와 동종업계 종사자인데 알고 보니 월세 350만원짜리 집을 감당할 만큼 잘나가는 몸이다. 승우의 누나와 동거 중인 또 다른 호스트 재현(하정우)은 당장 내일의 생활비도 없는 몸이지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 일보 직전이다.

삶이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 걸까. 한순간에 망해버린 집안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승우는 잠시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전전긍긍할 정도로 아끼는 여자친구를 한시도 믿지 못한다. 언제나 당당한 지원은 앞날을 향한 가늠에 누구보다 능함에도 불구하고 어제까지 한 침대를 썼던 이의 믿음 하나를 얻지 못해 대낮에 대로변에서 무참히 맞는다. 천냥 빚에 발목 잡힌 재현은 당장 오늘 잘 곳도 마땅치 않다.

윤종빈 감독은 의뭉스런 생태학자다. 군대를 배경으로 조직이란 이름의 정글과 적응이란 이름의 길들여짐을 고찰했던 <용서받지 못한 자>는 내부자의 비릿하고 촘촘한 디테일과 관찰자의 서늘한 연민이 적절하게 조우한 관찰기였다. 돈이라는 이름의 욕망에 눈이 먼 이들의 일상이 작동되는 방식을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물 <비스티 보이즈>를 통해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시선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정밀묘사를 위한 현미경과 함께 윤종빈 감독이 지닌 값진 무기는 대상을 향한 감정을 가늠하는 엄격한 온도계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군대에서 축구하는 긴 후일담”을 뛰어넘을 수 있던 것은 등장인물로 하여금 변명의 여지를 주지 않는 감독의 시선이었다. 그 지점에서 <비스티 보이즈>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하다. 그들의 삶이 그처럼 쉽고, 또 어려운 지점이 정확하고 그에 대한 각자의 책임이 워낙 분명하다. 자신이 빚은 인물에 대해 그처럼 객관적이기가 쉽지 않다.

짐작하겠지만 2년 반 정도의 시간을 두고 완성된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스티 보이즈>는 유사한 매뉴얼로 작성된 보고서다. 각각의 대상은 조직과 욕망으로 물론 서로 다르지만, 장점과 단점은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그 장점과 단점이 서로의 꼬리를 문다는 건 감독의 다음 작품을 궁금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

Tip/ 디테일한 리얼리즘은 ‘직장’에서 돌아온 승우의 구토장면까지 세심하게 이어진다. 줄기차게 뿜어져 나오는 윤계상의 토사물을 보면서 ‘설마 진짜?’라며 헛구역질할 필요없다. 평소 비현실적인 한국영화 속 구토장면에 대한 감독의 불만을 CG팀이 해결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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