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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누라’와 ‘가문의 영광’의 후예 <날나리 종부전>
문석 2008-05-21

웃음 유발 지수 ★ 이종장르 교배 지수 ★★★★ 박정아 팬 예상 만족 지수 ★★

저물어가는 조폭코미디의 그림자가 뼈대있는 종가(宗家)에까지 드리웠다. <날나리 종부전>은 이질적 배경을 가진 커플의 결합을 X축에 놓고 조직폭력단의 대결을 Y축에 배치한, <조폭 마누라>와 <가문의 영광>의 후예다. X축에는 출중한 미모로 남자들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천연수(박정아)와 휴대폰을 잘못 가져간 뒤 연수의 공략 타깃이 되는 이씨 총탄공파의 종손 이정도(박진우)가 있다. 여기에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연수의 무뇌적 세계와 21세기 속에서도 15세기의 라이프스타일을 꾸려가는 정도의 집안이 자리한다. Y축에는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 어디쯤에선가 부동산업을 펼치고 있는 연수의 아버지 천 회장(이원종)과 그의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 사장(이일재)이 있다. 이들은 조직폭력단 비슷한 장정들을 수십명씩 데리고 있다. 이야기는 대부분 X축에서 진행되는데,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연수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도의 종가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한국형 조폭코미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Y축의 갈등이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게 되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날나리 종부전>의 가장 큰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익숙한, 그래서 진부하게 느껴지는 유머 코드를 남용한다는 점이다. 종가의 고집스런 전통 풍습을 바라보는 연수의 시선은 외국인의 그것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낯설 뿐인데도, 종손인 정도의 아버지가 독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연수가 “아버님, 따예요?”라고 묻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그리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설정된 코믹 코드의 상당 부분이 연수의 보이스 오버로 처리되는 탓에 웃음을 강요받는 느낌마저 강하다. 차라리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진지한 장면들(이를테면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조)이 허탈한 웃음을 유발한다. 또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정교하지 않은 바느질로 엮여 있어 시퀀스가 바뀔 때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불행은 제작 시점과 개봉 시점이 2년이나 벌어진다는 데서 발생한다. 2006년 당시라면 어느 정도 살아 있었을 조폭코미디의 불씨가 이제는 거의 진화 단계이기에 이 영화는 더욱 시대에 뒤진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도 쥬얼리의 음악을 영화관에서 듣고 싶다면 선택해볼 만도 하겠지만.

tip/ <날나리 종부전>은 박정아의 영화 주연 데뷔작이지만, 영화 데뷔작은 아니다. 박정아는 <마들렌>(2003)에서 조인성의 첫사랑 역할로 영화에 데뷔했고,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2005)에서는 김지수를 살해한 용의자 중 하나로 등장했다.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주연을 맡았지만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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