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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마당극을 표방한 영화 <스페어>
정재혁 2008-06-11

액션 쾌감 지수 ★★★ 돌비 사운드 구현 지수 ★★★★ 훈남 발견 지수 ★★★

집안 사정이 어려워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광태(임준일)는 정해진 날짜까지 돈을 갚지 못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광태의 친구 길도도 도박을 하느라 사채에 손을 댔고 그 결과 끊임없는 협박 전화에 시달린다. 돈 갚을 방법을 찾지 못한 광태는 결국 자신의 장기를 팔기로 결정하고 한때 장기 대행업에도 관여했던 길도를 찾는다. 때마침 일본의 야쿠자 사토(고가 미쓰키)가 보스의 수술을 위해 간 기증자를 찾아 나선 상태. 이를 알게 된 길도는 광태를 사토와 연결시켜준다. 단, 사토에게 2억원을 받은 길도는 광태에게 거짓 약속을 한 뒤 도망을 친다 .

<스페어>의 시작은 북소리다. 일본 전통 가옥을 뒤에서 앞으로 훑는 카메라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북소리를 타고 이동한다. 화면을 바꿔 광태, 길도가 있는 서울을 담을 때에도 사운드는 영화에 긴장을 쌓아간다. <스페어>는 세 공간의 인물을 차례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걸 연결하는 게 사운드다. 북을 비롯해 가야금, 해금, 태평소 등 한국 전통악기를 사용한 음악은 하나의 트랙이라기보다 사운드 효과에 가까운 기능을 한다. 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한데 모이기까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가 다소 엉성한 편집도 무난하게 이어붙인다. 연출을 맡은 이성한 감독은 여기에 고수의 추임새를 더해 영화를 하나의 소리판으로 만든다. “징은 왜 치고 그래?”, “꼭 맞고 있을 땐 가만히 있다가 다 맞고 나면 나타나더라” 등. 극 밖의 배우 심원철과 하성광은 소리판의 고수처럼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 중간중간 강원도 사투리로 훈수를 둔다.

하지만 일종의 마당극을 표방한 영화의 형식을 제외하면 <스페어>는 좀 심심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 일단 단조로운 이야기임에도 앞뒤 상황의 연결이 매우 느슨하다. 긴박하게 구성된 액션장면이 수차례 있음에도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권투, 애크러배틱 등이 뒤섞인 화려한 액션도 사전에 합을 맞춰본 느낌이 과하게 들어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광태가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장면의 몇몇 액션은 신선한 느낌도 들지만 영화의 에너지를 끓어올리진 못한다. 다만, 약삭빠르고 허허실실한 캐릭터 길도를 밉지 않게 연기한 배우 정우는 눈에 띈다. 이성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페어>는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

TIP/ 사토시의 부하 카고메 역을 맡은 배우 가시와바라 다카시는 <러브레터>에서 여중생 이츠키가 좋아했던 같은 이름의 남학생 이츠키다. 순수의 표상처럼 그려졌던 고운 선의 그 소년. 주논보이 콘테스트 출신인 그는 최근 드라마 <허니와 클로버>,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에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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