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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고 싶은 여자아이 <학교 가는 길>

아역배우 캐스팅 지수 ★★★★ 픽션과 다큐의 결합 지수 ★★ 소피아 코폴라에 대적할 아시아 감독의 탄생 지수 ★★★★

최연소 베니스영화제 진출로 화제가 된 소녀가 있다.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막내딸 하나 마흐말바프, 언니인 사미라의 극영화 <오후 5시>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광기의 즐거움>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던 당시 하나의 나이는 고작 열네살이었다. 그런 그녀가 첫 장편 <학교 가는 길>로 돌아왔다. 촬영 당시 열일곱에 불과했던 나이를 생각하면 완성된 영화의 본새는 놀라울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입불상인 바미안 석불이 탈레반에 의해 붕괴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당시 바미안계곡의 주민들은 석불 아래 동굴을 집 삼아 살았는데, 폭파 당시 탈레반에 의해 이주했다가 지금은 다시 돌아와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부서진 석불을 보며 자라난 아이들의 마음에 전쟁의 흉터는 고스란히 남았고, 영화 <학교 가는 길>의 도입부와 결말을 장식한 불상 폭파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여섯살 박타이는 옆 동굴에 사는 압바스에 자극받아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일단 학용품 마련을 위해 달걀을 들고 시장으로 가지만 쉬울 줄 알았던 물물교환이 만만치 않다. 어렵사리 공책을 마련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학교에 갈 수는 없는데,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학교 선생님과 길거리에서 마주친 전쟁놀이에 빠진 소년들 때문이다.

하나 감독은 처음에 이 영화를 ‘학교에 가고 싶은 여자아이가 이 학교 저 학교 돌아다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한다’는 다소 통속적인 플롯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봄에 이루어진 1차 촬영이 끝나고 시나리오가 재구성되면서 탈레반과 미국의 전쟁놀이를 흉내내는 아이들에 관한 내용이 보강되었다. 마치 자크 드와이옹의 <뽀네트>가 떠오르는 전반부와 다르게 후반부의 에피소드가 강건하게 아프간의 미래를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나리오 수정의 결과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푼다는 것이다. 원제인 <석불은 수치심에 붕괴되었다>가 <학교 가는 길>로 변경되어 개봉하면서 영화는 <천국의 아이들>을 연상시키지만, 두 영화가 주는 심상이 서로 비슷하더라도 <학교 가는 길>이 주는 뒷맛은 더 씁쓸하다. “죽은 척하면 살 수 있어!”라는 압바스의 마지막 외침이 단순히 박타이를 향한 것이 아님을 느끼기 때문이다. 클로즈업의 활용 역시 좋다. 박타이로 나온 니크바트 누르즈의 귀엽고 동그란 얼굴은 아이의 감성을 관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데, 덕분에 후반부의 다소 도식적인 에피소드가 쇄신되는 기분이 든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적 접사의 활용, 이를 통해 영화는 주변 정황의 황량함과 아이를 엄습하는 습한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정서까지 이 모든 흐름을 한꺼번에 전달한다.

tip/<학교 가는 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되고, 타지키스탄에서 편집하고, 독일에서 현상되어 프랑스가 배급을 맡은 작품이다. 하루 동안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지만 봄, 여름, 가을의 세 계절 동안 촬영되었고, 프랑스에서의 개봉 제목은 <공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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