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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보는 TV] 단계별로 보는 스펀지 논쟁

마술의 비밀을 공개해 논란이 된 KBS <스펀지2.0>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반응

댓글 한줄 제대로 달려면 식품위생, 보건복지, 노동·환경·교육 등 방대한 분야에 걸쳐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요즘이다. 마술의 비밀을 공개해 논란이 된 KBS <스펀지2.0> 덕분에 누리꾼은 (바쁜 시간을 쪼개) 마술과 국내 마술계에 대한 공부를 서둘렀다. 사건을 둘러싼 댓글가의 흐름이, 미국산 쇠고기 사태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1단계: 항의와 지적. <스펀지2.0>의 마술 코너가 “연극 보기 전 배우들의 대본을 읽은 뒤 연극을 보는 것과 같다”(이선호)며 마술의 신비한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단계: 시위와 찬반 논란. “마술사 생계를 위협하는 마술 비법 공개를 중단하라”는 김주엽 마술사의 1인 시위를 계기로 “맞은 놈이 아프다는데 왜 계속 때리느냐”(서수현)는 주장과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예전 마술을 공개하는 건데 지나친 반응”(성미연)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3단계: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사태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시도. 다른 이의 댓글에 밑줄을 쳐가며 공부한 뒤 댓글 달아야 하는, 가장 고되지만 핵심적인 단계다. “남이 만들어놓은 마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술을 창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최영만)고 촉구하는 쪽과 “최신 마술 역시 기존 마술을 응용·발전시키는 것인 만큼 음악으로 치면 ‘도레미파솔라시도’ 같은 기본 음계를 다 까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김흥년)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과정에서 △마술 분야에도 ‘저작권’ 개념이 있어 원저작자에게 일정한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점 △마술계에도 ‘데이비드 카퍼필드’, ‘데이비드 스톤’, ‘제프 멕브라이드’ 같은 명품 브랜드가 존재하며 다른 이가 마술을 시연해도 마술사들은 한눈에 브랜드를 알아본다는 점 △마술 관련 사회단체는 어떤 곳이며 국내외 전문가들은 누구인지 등 마술과 관련된 폭넓은 지식을 쌓게 된다. 한편 마술사 이은결, 개그맨 전유성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이들이 미니홈피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서 관심이 더욱 증폭된다.

4단계: 헛갈리는 보도와 진실공방. “<스펀지2.0> 제작진이 한국마술산업진흥협회쪽에 전화로 공식 사과하고 코너 폐지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간 뒤 “폐지 계획이 전혀 없으며 협회쪽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자의적인 해석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알린 점을 사과했다”는 제작진의 반박이 이어진다. 양쪽 입장을 두루 확인하지 않고 속보 경쟁을 벌인 언론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따지는 목소리가 매섭다. 제작진의 사과와 공식입장 표명 사이 ‘무언가 있었다’는 음모론도 생겨난다.

5단계: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유사 사건을 경계하는 성명. “제작진은 마술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 누구처럼 귀 틀어막고 본인 주장만 하지 말고”(정창득) 등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이와 비슷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SBS <미스터리 특공대>를 지목해 미연에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번진다. 누리꾼은 초능력자를 초대해 그가 사실은 간단한 마술 트릭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힌 <미스터리 특공대>의 최근 방송에 대해 “이러다 <스펀지>꼴 난다”(김태원), “둘이 엄연히 다른 것인데, 초능력의 속임수를 밝히는 것과 마술을 혼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윤철환)며 조심스런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관련 댓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너, 초딩이지?”다. 의견 중 상당수가 “진행자나 출연자가 마음에 안 드니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식으로 문제를 비약하거나 논리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 탓이다. 사이버공간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점들을 이어 모든 길을 아고라(광장)로 통하게 한 ‘광우병’의 힘은 분야와 대상을 넘어 사이버 토론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정녕 그렇다면, 인용할 수 있는 댓글이 훨씬 많아질 테니 환영,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