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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월드 <무림여대생>
강병진 2008-06-25

감독의 작가주의 지수 ★★★★ 차태현의 카메오에 놀라는 지수 ★★ 신파멜로에 눈물이 동할 지수 ★

무림소녀의 사생활은 녹록지가 않다. 무림고수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휘(신민아)는 “너 운동했니?”란 질문이 가장 곤혹스럽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뛰고, 트럭에 치이면 오히려 운전자에게 사과를 하는 그녀는 종종 ‘여자답지 못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능력인 걸 어쩌랴. 망치에 맞아도 아프지 않고, 소주를 양푼에 담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아이스하키부원인 준모(유건)가 나타나 소녀장사의 여린 마음을 건드린다. 이제 소휘에게 무림을 지켜달라는 아버지의 기대는 뒷전이다. 맞으면 기절하고, 술을 마시면 취하는 게 당연한 평범한 여대생으로 거듭나는 게 그녀의 목표. 하지만 어둠의 세력인 흑봉이 나타나 무림을 위기에 빠뜨리고 무술 동기인 일영(온주완)은 소휘를 찾아와 다시 무술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무림여대생>은 곽재용 감독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 이후 2년 만에 만들고, 다시 2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다. 코미디와 신파적인 멜로의 틀로 짜인 전작에서 전쟁영화, 액션영화, 무협영화를 향한 로망을 조금씩 내비쳤던 감독은 이제 더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무림여대생>의 전반전은 <아라한 장풍대작전>이다. 소휘의 아버지인 갑상(최재성)이 무술을 연마하는 곳은 조기축구장이고, 달빛을 받으며 칼부림을 벌이는 무림고수들의 그림자는 아파트 건물에 어른거린다. 하지만 일영의 비밀이 이야기에 개입되면서 영화의 후반전은 장이모의 <연인> 같은 무협멜로의 흐름으로 ‘느닷없이’ 달려간다. 무리하게 연결되는 이야기를 제쳐둔다면, 자신의 영화에 오마주를 바치는 듯한 감독의 태도가 흥미롭게 보인다. 소휘의 캠퍼스는 재킷을 뒤집어쓴 남녀가 빗속을 달리던 <클래식>의 캠퍼스다. <그래도 남자니까> 등의 유행가를 수시로 삽입하는 것도 감독의 전작에서 보이던 취향. 뿐만 아니라 극중에서 준모가 짝사랑하는 아줌마 순경(임예진)은 <여친소>의 여경진을 성장시킨 캐릭터일 것이다. 곽재용 감독의 진정한 영화적 로망은 어쩌면 ‘곽재용 월드’를 만드는 것일 수도. 그렇다면 카메오로 등장하는 차태현은 이제 그의 인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TIp/ <엽기적인 그녀>에는 무려 5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있었다. 지난 2004년 6월, 세상을 떠난 고 김일우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여관 주인을 비롯해 자해공갈단, 지하철 역장 등을 연기했다. <무림여대생>에서는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공 실장을 연기한 김광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차이가 있다면 트럭운전사, 택시운전사, 버스운전사 등 캐릭터에 일관성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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