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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반항아 <찰리 바틀렛>
문석 2008-07-09

왕따탈출 노하우 전수 지수 ★★★ 안톤 옐친 매력 지수 ★★★☆ 하이틴코미디 지수 ★★

찰리 바틀렛(안톤 옐친)은 머리 좋고 영민하지만 뒤틀린 행동으로 사고를 치고 여러 사립학교에서 퇴출돼 결국 평범한 공립학교로 전학온 아이다. 수많은 아이들로부터 열광적 환호를 받고 싶다는 잠재욕망을 품고 있는 찰리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 생긴 정신질환 약을 아이들에게 판 뒤 학내 스타로 떠오른다. 말썽꾸러기 학생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던 교장 가드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들의 리더가 된 찰리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찰리가 자신의 딸 수잔과 사귀기 시작하자 가드너는 더욱 민감해진다. 찰리의 약을 먹고 한 학생이 자살을 시도하자 갈등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 영화의 타이틀롤 찰리 바틀렛은 고전적인 학생 영웅과는 조금 다른 존재다. 이런저런 문제로 학교의 권위주의적인 어른들과 충돌을 빚지만 그 무게가 그렇게까지 대단하지 않다. 그가 유통시키는 약은 마리화나나 코카인 같은 마약이 아니라 리탈린, 재낵스, 프로작처럼 합법적인 약품들이다. 이 약을 먹은 아이들이 얻는 효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처방을 남용해 약을 조달한 그의 행동은 명백한 불법이라기보다는 편법에 가깝다. 자신이 때린 아이들을 캠코더로 찍는 한 학생과 함께 초실감 폭력물 DVD를 제작하는 일 또한 어른들의 세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가벼운 똥침 찌르기에 가깝다. 학교가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CCTV를 반대하는 시위에서 그가 보이는 행동만 봐도 그의 반항성이 그리 첨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찰리에게 남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감옥에 간 아버지를 대신해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돌봐왔다는 사실이다. 그가 학생들의 스타가 된 건 약이나 반항아 기질 때문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지혜로운 충고를 해줄 수 있는 그의 능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찰리는 ‘외로운 섬’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소통창구인 셈이다.

<찰리 바틀렛>은 다소 두서없는 이야기로 변죽을 울리기도 하지만, 21세기형 반항아 캐릭터를 비교적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그를 전복적이거나 저항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10대치곤 꽤 사려깊고 책임감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라는 찰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나가며 세상을 알아나가게 돼 있거늘.

tip/ 찰리 바틀렛 역을 맡은 안톤 옐친은 러시아 세인트 페테르스부르크 출신이다. 피겨 스케이트 선수 부모 아래서 태어난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아역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대표작은 12살 때 출연한 <하트 인 아틀란티스>.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 어머니로 출연했던 호프 데이비스는 <찰리 바틀렛>에서도 옐친의 어머니로 나온다. 그는 <터미네이터4> 등을 통해 지평을 넓힐 차세대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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