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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스토리] 여백있는 광고가 더 마음을 끈다

올해 55회 맞은 칸광고제, 인쇄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은 에너자이저 광고

5월이면 영화인들의 시선은 칸으로 모인다. 그러나 6월에는 광고인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모인다.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칸광고제(Canne Lions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가 열리기 때문이다.

칸광고제는 극장광고 제작자들이 칸영화제에 자극받아 극장광고 중심으로 광고제를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다. 올해 칸영화제가 61회, 칸광고제가 55회니 6년의 차이가 있다. 지금은 필름(TV광고) 외에 인쇄, 옥외, 사이버(인터넷), 미디어(매체기획), DM(Direct Marketing), SP(Sales Promotion), 타이타늄 및 통합부문(TV광고를 비롯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평가) 등 그 영역을 확장해 분야별 그랑프리, 금사자, 은사자, 동사자상을 수여한다. 칸영화제의 심벌은 ‘종려나무’지만 칸광고제의 심벌은 ‘황금사자’다.

다른 영화제들도 많지만 칸영화제가 작품성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는 것처럼 칸광고제도 규모와 권위 면에서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다. 올해도 85개국 1만여명이 참가했고, 총 2만8284편의 광고가 출품됐다. 이중 0.2~1% 정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그렇다면 올해 대한민국의 칸광고제 성적표는 어떨까? 한국영화는 칸에서 주목받고 있다. 칸이 ‘사랑하는’ 영화감독도 배출했다. 하지만 광고제에서 한국은 아직 광고후진국에 속한다. 매년 출품 수는 늘고 있지만 수상작은 한두편에 불과하다. 올해는 200여편의 출품작 중에서 삼성테스코의 옥외광고가 옥외광고분야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달리 광고에서는 언어·문화의 차이가 아직까지 큰 것 같다. 또 무조건 15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한국의 광고 현실도 크리에이티브를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영화도 흥행과 수상이 늘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흥행이 잘된(매출을 올린) 광고와 상을 받는 광고가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칸광고제를 겨냥한 광고를 별도로 준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칸에서 상을 받는 광고는 어떤 것일까?

물론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가 기본이지만, 그 밖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어? 아!’의 구조다. 특히 인쇄광고의 경우 이런 접근이 많은데, 올해 칸광고제 인쇄부문 수상작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만 보면 ‘도대체 뭐지?’ 하는 궁금증을 자극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를 깨닫게 되는 화법.

위 광고는 이번 칸에서 인쇄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에너자이저(Energizer-건전지) 인쇄광고다. 총 4편의 시리즈로 구성된 이 캠페인은 아이들 장난감의 건전지가 빨리 닳게 되면 아이들은 심심해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할 수도 있지만 오래가는 건전지라면 문제없다는 얘기다. 사실 “never let their toys die”라는 카피가 없으면 어떤 광고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칸광고제 수상작들은 이처럼 꽉 차 있기보다 ‘여백이 있는 광고’들이 많다. 답을 완전히 주지 않고 보는 이가 스스로 느끼고 해석하게 해서 더 긴 여운을 만든다. 그래서 그 브랜드에 더 큰 호감을 만들어준다. 곱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난다고 할까. 한정된 지면 안에 소비자가 알아듣지 못할까 싶어 꾸역꾸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눌러담지 않고 과감히 덜어내는 용기(역시 크리에이티브는 ‘용기’가 필요하다)가 돋보인다. 넓은 지면 안에 제품명인 ‘에너자이저’는 왼쪽에 작게 처리되어 있다. ‘이 제품이 뭔지 모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을 신선한 아이디어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물론 광고제 출품용이라 더 작게 처리했겠지만. 올해 칸광고제의 다른 수상작도 보고 싶다면 홈페이지(www.canneslions.com)에 가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