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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제갈량이 중심이냐, 주유가 중심이냐
장영엽 2008-07-10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토대가 된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 비교

“정사를 기초로 만들었다.” 오우삼 감독은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삼국지>란 이름하에 만들어진 수많은 상상력의 유혹을 떨치고 ‘원전’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오우삼 감독이 이미 오래전에 했을 고민의 흔적을 뒤쫓아보았다. 다음은 소설과 정사에 묘사된 적벽대전,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에 대한 비교다.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1.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

“208년, 후베이성 자위현의 북동지역 적벽에서 전쟁이 발생한다. 화북 지역을 평정한 위나라의 조조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대치했으나, 크게 패해 화북으로 후퇴했다.” 이상이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의 작은 공통분모다. 이 두개의 사료는 똑같은 역사적 사실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먼저 <삼국지연의>는 14세기 원·명 교체기에 나관중이란 사람이 위·촉·오의 역사를 토대로 재구성해 소설로 만든 것. <삼국지연의>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촉나라의 장수 유비, 관우, 장비와 책사 제갈량이다. 특히 제갈량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고 날씨까지 좌지우지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적벽대전에서 그의 총명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바로 황개의 ‘고육계’(苦肉計)를 간파한 것이다. 주유는 조조와의 화평론을 주장했던 장수 황개에게 태형 100대의 벌을 내린다. 총애하던 장수에게 어떻게 그런 벌을 내릴 수 있느냐며 불평을 일삼던 주유의 신하들에게 제갈량은 이렇게 말한다. “주유대독과 황공의 계책임을 알았기에 말리지 않았소.” 오나라로 파견된 조조의 간첩을 속이고 거짓 정보를 흘리려 했던 주유보다 제갈량이 한수 위였던 것으로 <삼국지연의>는 묘사하고 있다. 제갈량과 동맹을 맺었음에도 주유가 자주 그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도 주유가 제갈량의 총명함을 시기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정사 <삼국지>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주유다. 자료에 따르면 그는 “병법에 정통했던 군사학자”로 기록되어 있다. “외교관으로 활약했을 뿐 군사작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제갈량과는 상반된 묘사다. 그는 적벽대전 당시 “조조의 병사들이 수전에 익숙하지 않고, 풍토평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위나라와의 전쟁을 반대하던 오나라 참모들의 주장과 각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으니,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주유는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음악을 듣다가 연주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곧바로 지적해 “연주가 틀리면 주유가 뒤돌아본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이처럼 영리하고 재능 많았던 주유이기에 훗날 역사학자들은 그를 이렇게 평가한다. “주유가 36살의 나이에 죽지 않았더라면 <삼국지>의 내용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2. 소교(小橋)

“강남을 얻는 날에 이교(二橋)를 데려다가 만년을 즐길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리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조조의 대사다. 영화 <적벽대전>에서도 두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건 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조조가 ‘이교’라 일컬었던 이들은 교국로라는 노인의 두딸이다. 언니와 동생 모두 당대의 소문난 절세미인이었다. 훗날 대교(大橋)라 불린 언니는 오나라 손권의 형인 손책과 결혼했고, 동생 소교(小橋)는 적벽대전의 영웅 주유와 결혼했다.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제갈량이 주유의 분노를 사 오나라를 전쟁에 참전시키기 위해 조조가 지은 노래에 “대교와 소교를 탐하고 싶다”는 내용을 넣어 불렀다는 얘기가 있다. 역사적으로는 이 자매가 양반가의 규수였는지 평민 출신이었는지, 혹은 처였는지 첩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3. 미리 보는 적벽대전: 방통의 ‘연환계’와 참모 감택의 ‘사항서’

제갈량과 주유의 화합과 우애를 그린 <적벽대전>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적벽대전>에는 앞에서 소개한 황개의 고육계를 비롯한 여러 가지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중 제일은 역시 방통의 ‘연환계’다. 오나라의 참모 방통은 조조에게 접근해 “오나라 군사들이 수중전에 강하니 배를 쇠사슬로 묶어 육지처럼 만든 다음 전투를 하자”고 설득한다. 조조의 부하 정욱은 “화공에 속수무책”이라 말렸지만, 조조는 겨울철이라 남동풍이 불 수 없을 거라며 그의 말을 무시한다. 사상 최대의 수중전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 한편 주유의 다른 부하 감택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조조에게 일부러 붙잡혀가 “황개를 함부로 대한 주유에 실망했다”며 ‘사항서’란 글을 바친다. 의심하는 조조를 감택은 “주인을 배반하는 데 어찌 시간을 정한단 말인가”란 한마디 말로 굴복시켰다. 적벽대전의 승리는 어쩌면 총명했던 참모들보다 몸으로 고군분투했던 오나라의 장수들이 이끌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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