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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배우스케치] 신민아

전 배우 신민아에 불만을 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 사람은 얼굴이 귀엽고 몸매가 예쁘고 옷발이 죽여주고 연기는… 그래요. 전 신민아의 연기에 불만이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그건 이 사람이 나오는 영화마다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일까요? 아뇨. 그런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신민아는 대부분의 경우 자기 능력이 되는 일만 했어요. 정말로 못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었던 겁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사람은 트집 잡힐 게 별로 없어요. <화산고>에서 신민아에게 주어진 역할은 교목입고 목검을 휘두를 때 멋있고 예뻐 보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마들렌> <야수와 미녀> <새드무비>에서는 그냥 귀엽고 깜찍하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인생>에서 미스캐스팅이었다고 지적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영화에서 희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엄청나게 매력적일 필요는 없어요. 그냥 운수 나쁘게 깡패들의 세상에 말려든 평범하고 예쁜 아가씨여야 맞죠. 그래야 영화의 아이러니가 더 그럴싸하게 살아납니다. 희수가 너무 강렬하면 영화가 너무 솔직해지고 평범해지죠. <이 죽일놈의 사랑>요? 아, 전 그 드라마 안 봤습니다. 많이들 앞의 두 영화로 쌓은 호감을 그 시리즈로 몽땅 날려버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같은 작가의 모 시리즈에서 임수정이 보여준 평범한 연기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것 하나로는 배우의 능력을 증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제한된 공간 안에서 신민아가 중간급의 연기만 보여주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전 <야수와 미녀>나 <새드무비>에서 신민아가 보여준 연기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드무비>는요. 신민아는 관객을 자극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랑스러움을 뿜어낼 줄 아는 능력이 있습니다. 최근작 <무림여대생>에서도 그 능력은 십분 발휘되었고요. 멜로와 로맨틱코미디가 80년대 감수성으로 두서없이 섞인 혼란스러운 영화임에도 영화를 끝까지 다 보면 그래도 일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곽재용이 그동안 팬들을 세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민아가 그 혼란스러운 설정 속에서도 일관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푼수 연기를 하거나 액션을 할 때도 언제나 신민아식으로 귀여워 보여요.

근데 이건 좀 지루한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안전한 매력은 어디선가 꼭 필요해요. 하지만 이런 역을 할 사람들은 넘쳐나요. 신민아가 아니라도 이 역할을 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배우로서 이름을 각인시키기엔 결코 좋은 역할들이 아니에요. <화산고> 이후 7년의 세월이 흘렀고 연예인 경력은 그보다 더 길지만 여전히 신민아는 <쎄씨> 시절을 기억하는 언니팬들을 제외한 일반 관객에겐 흐릿한 이름입니다. 오히려 발연기로 유명했고 악성루머에 시달렸던 경쟁자 김민희쪽이 요샌 더 배우로 그럴싸해 보이죠. 이런 경우 나쁜 이미지를 가지는 게 투명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나쁜 이미지는 그래도 나중에 밑천이 되거든요.

암만 생각해도 이 배우는 이미지의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게 연기 도전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미지와 연기력, 캐릭터는 공존하는 동안 서로와 대비되는 차별성이 필요하죠. 신민아의 경우 이 셋은 거의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새드무비>의 신민아를 좋아했던 것도 이 영화에서 신민아의 캐릭터가 손상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외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쁘지만) 신민아식 귀여운 연기+캐릭터와 차별화되는 매력을 만들어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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