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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발랄한 소동극 <소림소녀>
강병진 2008-07-23

주성치다운 유머 지수 ★ 허무맹랑 코믹액션 지수 ★★ 시바사키 고우의 무술실력 지수 ★★★

태어날 때부터 소림권을 좋아했던 린(시바사키 고우)은 3천일 동안의 소림사 수련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다. 함께 수련을 했던 다른 친구들이 스튜어디스와 여배우를 꿈꿀 때도 오로지 일본에 소림권을 전파시키겠다는 의지를 품었던 그녀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고향 땅에서 운영하던 소림도장은 폐허가 됐고, 린을 가르치던 사부는 중국집 주방장으로 살고 있다. 낙심한 린에게 친구 밍밍(장우기)은 라크로스(라켓을 이용해 공을 패스로 연결, 상대편의 골대에 넣는 게임)와 쿵후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라크로스 부원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면서 린은 잃어버린 도장을 되찾고, 점차 소림권의 기본 정신에 새롭게 눈을 뜬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의 학장인 오바(나카무라 도오루)가 린에게 잠재된 가공할 위력을 감지하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쿵후는 지금의 중국인들에게 어떻게든 부활시키고픈 존재다. 언뜻 보기에는 중국 정복을 향한 할리우드의 야심찬 기획인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와 <쿵푸팬더>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쿵후를 재림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국문화의 세계화를 꾀하는 전략일 것이다. 주성치가 <소림축구>를 전신으로 삼아 기획한 <소림소녀>에도 같은 맥락의 목적의식이 엿보인다. 하지만 <소림소녀>의 야심은 <소림축구>에서 한 발짝 엇나간다. <춤추는 대수사선>을 연출했던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은 <소림소녀>를 <스윙걸즈> 같은 소녀들의 발랄한 소동극과 기존의 쿵후영화가 가진 관습들로 채워넣었다. 스포츠와 쿵후가 결합하는 액션의 매력은 사실상 뒷전이며 이야기의 대부분은 린이 속한 라크로스팀의 토너먼트 스토리가 아닌, 할아버지의 도장을 격파한 이들에게 펼치는 린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게임 스테이지처럼 그려진 그녀의 복수극에서 액션의 쾌감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허무맹랑한 유머로 채워진 <소림축구>의 매력과 재회하기에도 방만하게 엮여 있는 이야기가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 주성치의 콤비인 전계문와 임자총이 <소림축구>의 캐릭터 그대로 등장하지만, 이들도 복수극의 무게에 기가 죽은 모습이다. 여전히 날계란에 목숨을 거는 임자총의 모습이 그나마 반갑다.

Tip/ 날아가는 공에 잔디가 파이고, 공이 표범으로 변하는 <소림축구>식의 액션은 엔딩 크레딧에서 볼 수 있다. <소림축구>의 아저씨들처럼 황토색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전승행진을 펼치며 역시 <타임>의 표지모델을 장식한다. 본편에서 아쉬움을 느낀 관객이라면 끝까지 자리를 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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