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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식 감성의 고양, 한국적 상황 안에 투영 <님은 먼곳에>

여성관객 호응도 지수 ★★ 수애 매력 지수 ★★★☆ (영화 보면 알 수 있는) 싸대기 지수 ★★★★

이준익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두루두루 착하거나 약간 모질거나 좀 모자란 사람들이었으며 대개 남자였으며 그 남자들은 재활하지 못할 것 같지만 심리적으로는 끝까지 굴복당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사극이라면 천민이고 왕이라도 연민을 자극하는 자였고 현대극이라면 마음 약한 소시민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남성 화자였다면 <님은 먼곳에>의 주인공은 여성 화자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크게 두드러진 전환점이다. 어느 시골 마을의 젊은 아낙네 순이(수애)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사정이 있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하지만 군에 가 있는 남편 상길(엄태웅)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정확한 날짜에 면회를 가지만 남편에게 듣는 말은 “니 내 사랑하나?”라는 말뿐이다. 상길이 군에서 사고를 치고 베트남 파병군으로 끌려가자 그를 찾아 시어머니가 가겠다고 나서고, 순이는 대신 가기를 자처한다. 한편, 이태원 삼류 밴드를 이끄는 정만(정진영)은 임신한 애인 제니를 버리고 밴드 멤버들과 함께 베트남 위문공연단으로 떠나려 하고, 정만에게 필요한 돈을 순이가 대면서 순이의 베트남행도 성사된다. 순이는 이 밴드의 보컬로 영입된다. 남편이 있는 베트남 호이안 지역에 가는 것이 순이의 요구이지만, 한편으로 순이가 속한 정만의 밴드는 몇 차례의 고배를 마신 뒤 베트남 참전 한국군 사이에서 인기 밴드가 된다. 그즈음 순이는 남편이 접전 지역에 고립됐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당시 위문공연단의 사진을 보다가 영감을 얻은 시나리오작가와 평소 역사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연출자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된 <님은 먼곳에>는 베트남 대신 타이에서 5개월간 촬영된 장면들에 70년대 베트남의 분위기를 새겨넣는다. 근래 한국영화 향수의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애는 순이/써니의 역할을 비교적 매력 넘치게 연기한다. <님은 먼곳에>의 가장 큰 흥미는 낯익은 감정표현을 두루 묶어낸 뒤 적절한 수위까지 끌어올리는 그 고양의 차원에 있다. 말하자면 할리우드식 감성의 고양이되 그걸 한국적 상황 안에 투영하는 데에서 오는 흥미로움이다. 물론 이 과정은 대중적 공감을 얻는 것과 동시에 늘 어떤 규격화된 감정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되지만, 영화가 더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선에서 항상 대중영화의 좋은 선례로 남는다. <님은 먼곳에>의 흥미로움은 이 할리우드식 감성 고양기술(실패한 자들은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재활하는가의 이야기)과 한국의 역사적 피폐함 속에서 꽃핀 서민의식의 결합에서 온다. 그러니 여기에 그 이상의 거창한 ’당위성’을 얹지 마라. 그건 도리어 있는 미덕을 해치는 해석이 될 것이다.

Tip/<님은 먼곳에> <간다고 하지 마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오 대니보이> <수지 큐> 등 70년대 베트남 전장에 울려퍼졌을 노래들이 여러 곡 삽입됐다. 이 음악들이 어떤 장면에서 흘러나올까. <님은 먼곳에>의 감성을 돕는 숨은 조력자는 바로 이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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