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TV 가이드
[CF 스토리] 선호하는 광고모델, 달라졌다

요리용품 모델로 훈남 기용, 추성훈은 한국 국적 포기했어도 큰 인기

대한민국 최고의 광고모델은 누구일까? 김태희, 이영애, 장동건, 김연아, 박태환? 그렇다면 대한민국 모델 중 가장 비싼 모델의 모델료는 도대체 얼마일까? 언론에 부풀려 보도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생리지만, 연 10억원 정도가 가장 높은 액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톱 모델들은 늘 자신들의 모델료가 업계 최고 액수라고 언론에 이야기한다.

광고시장에서 대형 모델의 파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델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수억원이 합당한 금액인지는 논란이 있겠으나 15초 동안 브랜드의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있고 널리 사랑받는 모델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모델을 바라보는 관점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10년 전 주부를 위한 조미료나 각종 요리 용품의 모델은 ‘엄마’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모델들 차지였다. 김혜자나 고두심 같은, 엄마의 손맛과 정성을 표현하는 따뜻하고 정감있는 이미지의 중년 여성 모델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제 아내 앞에서 투정을 하고, 사랑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남자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은 젊은 ‘훈남’들이 그 자리를 조금씩 메우고 있다.

과거 조미료 광고에서, 타깃은 젊은 주부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선배 주부들의 조언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친정 엄마 같은 이미지의 모델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젊은 주부들은 엄마 세대 주부들과 다르다. 그들은 엄마 세대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가사에만 전념하는 ‘주부’가 아니라 자아를 찾고 싶어하고 여전히 사랑을 꿈꾸는 ‘여자’다. 그들에게 남편은 돈을 벌어다주고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아니라 때론 나를 위해 멋진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동반자적 존재’인 것이다. 요리하는 남자, 알렉스에 30대 이상 주부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동건(청정원), 김래원(린나이)이 10년 전 김혜자, 고두심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반대할 주부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모델의 모습에 주부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면 이제는 장동건, 김래원이 남편의 모습을 대신한다고나 할까.

최근 주가가 급부상한 모델이 있다. 한두달 만에 4편의 광고를 따낸 이다. 일본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다. 빙그레 바나나우유, 하이트, 로체, 나이키까지 그의 소탈하면서도 강한 이미지가 광고 속에 잘 묻어난다. 일본에 귀화한, 일본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인 그가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주요 브랜드의 광고를 따낸다는 것이 놀랍다.

한때 이혼 경력이 있는 모델은 광고모델이 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던 때가 있었다. 모델 활동 중 이혼 논란에 휩싸이면 계약은 당연히 취소되고 모델에게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었다. 광고에서 모델은 공신력이라는 요소를 분명 가지고 있어야 하고, 도덕성은 무시할 수 없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이혼 경력이 있는 모델들이 더 왕성하게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모델의 사생활과 모델로서의 능력을 분리해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추성훈이 한국 국적은 포기했다는 사실은 그의 매력을 사랑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광고모델은 결국 이미지를 파는 것이고, 요즘 사람들은 모델을 평가하는 데 있어 엄격하고 보수적이기까지 한 윤리적 기준을 이전만큼 크게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도덕성 혹은 공신력이라는 잣대를 강하게 요구하는 카테고리도 있다. 최근 광고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장례 대행업체 ‘상조 광고’들이 그렇다. 보람상조의 전광렬은 드라마 <허준>으로 ‘신뢰’라는 이미지의 대명사이고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모델이다. 장례를 책임지는, 그리고 상조라는 특성상 ‘모범적인 가장’이라는 이미지는 가장 중요한 기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카테고리도 세월이 흘러 장례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거나 이미지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오면 젊은 ‘훈남’들이 출연해 밝고 경쾌한 광고를 선보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