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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장르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박혜명 2008-07-30

지능범죄 지수 ★★☆ 독종수사 지수 ★★☆ 카체이스 등 각종 추격신 재미 지수 ★★★☆

퇴직을 결심한 강남경찰서 특수수사과 백성찬 반장(한석규)은 사직서를 제출하던 날 18억원의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을 접수한다. 절도범은 사건 현장에서 백 반장의 이름을 사칭할 정도로 대담한 인물. 범인과 그 일행은 제주항을 통해 들어온 600kg의 밀수금괴까지 경찰의 눈앞에서 훔쳐 달아난다. 백 반장 일행은 범죄단의 우두머리가 교도관 출신의 안현민(차승원)임을 알아내지만, 그 뒤로도 매번 안현민이 지나간 자리만 밟을 뿐 그를 앞지르지 못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눈눈 이이>)는 독종 형사와 지능범이라는 강한 두 남성 캐릭터를 내세운 범죄물이자 액션영화다. <눈눈 이이>의 두 주인공은 강호의 고수들끼리 만났다는 점에서 <히트>의 인물들과 비슷하고, 서로를 향해 겨눴던 총구를 말없이 거둘 만큼 교감이 이뤄진 <첩혈쌍웅>의 후예들이기도 하다. 그루브한 리듬의 스코어와 스타일리시한 화면 구성, 현란한 편집으로 포장된 안현민 일당의 범죄는 <오션스 일레븐>의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이를 테면 <눈눈 이이>는 그런 익숙한 명작들을 조금씩 벤치마킹한 기획영화다.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장르물을 의도했단 점에서 <눈눈 이이>는 실패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는 꼭 필요한 이야기들만 있고, 장르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한 장치들도 대부분 시의적절하게 동원되고 있다. 일견 복잡하게 얽힌 듯한 안현민 일당의 범죄 계획이나 백 반장 진영의 수사 과정에 치밀함이 떨어진다는 건 형사물을 표방하는 이 영화의 약점이긴 해도 치명적인 결점까진 아니다.

<눈눈 이이>에서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의 흡인력이다. 검은 슈트 차림의 매너있는 지능범 안현민과 백발의 독종이자 히스테릭한 경찰 백성찬. 흑백의 비주얼도 사이좋게 나눠가진 두 인물의 인간형이 플롯상 모두 미완성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영화에서 안현민의 계략에 자꾸 끌려다니는 것 같은 백 반장이 혼자 중얼거린다. “너는 나를 아시는데, 나는 너를 왜 모르실까요.” 마찬가지다. 관객 입장에선 아직 그들을 다 알지 못하는데, 이 영화의 인물들은 여러 말을 생략한 채 어느 시점부터 으르렁거림을 주고받는다. 제스처의 맥락보다 제스처 자체만을 스타일로서 강조한 캐릭터 영화라면, 100분도 짧지는 않다.

tip/ 영화에서 안현민 일당은 강탈해온 만원권 묶음의 18억원을 강풍기 앞에 놓고 마구 뒤섞는다. 일련번호를 섞음으로서 지폐를 사용할 때 경찰의 추적을 막기 위해서다. 이 장면의 촬영을 위해 2천장의 실제 만원권이 쓰였고, 17만8천장의 소품용 지폐가 동원됐다. 소품용 지폐의 제작비용도 무려 3천만원. 제작진은 이 장면의 촬영 뒤 2천장의 실제 지폐를 17만8천장의 소품용 지폐와 도로 구분하느라 진땀 뺐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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