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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성이 부족한 섬 폭동기 <부트캠프>
안현진(LA 통신원) 2008-07-30

남주인공 ‘제임스 맥어보이’ 지수 ★★★★☆ 여주인공 ‘안젤리나 졸리’ 지수 ★★★ 피지섬 관광 욕구 지수 ☆

‘부트캠프’라는 시설이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부모의 동의 아래 비뚤어진 10대를 재활하는 사설 소년원이다. 엄마의 재혼 뒤 엇나가기 시작한 소피(밀라 쿠니스)는 양부에 의해 ASAP(Advanced Serenity Achievement Program)에 납치당하듯 입소한다. 약물에 정신을 잃은 소피가 도착한 곳은 남태평양의 피지섬. 광고 속 천국의 이미지와 다르게, TV시리즈 <로스트>의 항공기가 추락한 섬인 듯 황량하고 바람만 분다. ASAP는 아더 헤일 박사(피터 스토메어)가 운영하는 심리치료시설로, 정당한 노동과 감정의 발산, 수련을 통해 새사람으로 거듭남을 강조한다. 처음 도착한 수련생들은 검은색 옷을 입는데, 개선됐다고 평가를 받으면 옅은 색의 옷을 입게 되고 흰색 옷은 섬에서 나갈 날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던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통제된 삶을 두려워하지만 곧 프로그램에 따라 과거를 반추하고 캠프에 적응해 간다. 한편 소피와 생이별한 남자친구 벤(그레고리 스미스)은 소피를 구하기 위해 탈선한 척 부모를 속여 ASAP에 들어온다.

<부트캠프>는 의외성있는 전개를 통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는 심리스릴러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짓밟힌 섬에서 폭동이 일어날 법도 하지만, 실상 인민재판에 가까운 자기 고백의 시간을 경험한 아이들은 헤일 박사의 의도대로 울고 인정하고 조용해진다. 그러나 고름은 안에서 생기는 법이다. 연대의식을 강요하는 운영진의 압제와 편의를 대가로 행해지는 성폭행이 그 씨앗이다. 물을 무서워하던 소년이 익사한 저녁, 헤일 박사는 불만을 잠재우려 보안담당 로건을 아이들 앞에 세우는데, 헤일의 비밀을 알고 있던 벤에 의해 도리어 그가 재판대에 오른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결말의 쾌감을 기대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기대한 결말에 이르면 미지근한 해소감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밋밋한 캐릭터들이 주된 원인이고, 과거사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도 한몫한다. “부모의 책임이 크다”고 말하는 헤일 박사의 정체도 모호하다. 스스로의 유토피아를 건설한 사이코 사디스트인지, 큰 사랑을 가진 인도적 지도자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부트캠프>는 본연의 고발성 성격을 담지 못한, 섬 폭동기로 머무를 뿐이다.

tip/ 부트캠프는 “Tough Love”라고도 불리는데, 사랑하지만 엄하게 대하는 감정을 뜻한다. 2001년 7월16일 <뉴스위크>는 14살 소년 토니 허드슨의 사망을 전하며, 부트캠프에서 자행되는 인간 이하의 생활에 대해 고발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개가량의 부트캠프가 정부 인가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30년간 관련 사망사고만 40건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사망사고 이외에도 그 안에서 겪은 성적 학대와 육체적·정신적 폭행으로 출소 뒤에도 후유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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