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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니아] 여자면 어때, 머리를 밀어봐~
주성철 2008-08-29

<CJ7: 장강7호>(이하 <장강7호>)에서 주성치의 아들 샤오디를 연기한 서교는 사실 여자아이다. 착한 눈매에 깜찍한 연기력을 과시하는 서교는 무려 10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성치가 발굴한 아이다. 그 역시 남자 역할을 맡긴다는 데서 고민이 많았지만 그 모험은 멋지게 성공했다. 사춘기에 이르지도 않은 아이들의 성별을 바꿔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깊이있게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젠더를 바꾸는 일은 홍콩영화계에서 흔한 전통이기도 하다. 서극이 <양축>(1994)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이한상 감독의 고전 <양산백과 축영대>(1963)에서 무남독녀 축영대는 남장을 해서 남자학교에 들어가고 그에게 사랑을 느낀 양산백은 고민을 거듭하던 중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안심한다. 축영대는 물론 양산백을 연기한 배우도 여자인 능파다.

<동방불패>(1991), <신용문객잔>(1992)에서 남자 역할로 더 익숙한 임청하도 남장의 역사가 길다. <창외>(1973)로 데뷔한 뒤 대만에서 멜로영화의 히로인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이한상 감독의 요청으로 <홍루몽>(1977) 출연 제의를 받게 된다. 원래 임대옥이라는 아름다운 여인 역할을 제의받았으나 카메라 테스트를 해본 이한상은 불현듯 남자인 가보옥 역을 맡긴다. 원래 가보옥을 연기하기로 했던 장애가보다 키가 크기도 했지만 제작자의 반대는 컸다. 임청하의 미모를 장애가가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머리를 밀어 임청하의 이마를 더 넓히고 눈썹을 짙게 만드는 이한상의 모험은 적중했고 임청하의 첫 남장 작품인 <홍루몽>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배우의 나이를 낮춰 그나마 서교와 비슷한 경우를 꼽으라면 바로 <철마류>(1993)의 증사민(사진)이다. 어떻게 보면 닮아서 서교가 몇살 더 먹은 모습 같기도 하다. 황비홍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 <철마류>를 준비하며 원화평 감독은 당시 홍콩 전역에 걸쳐 실시된 무술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불과 13살의 중학교 1학년생 증사민을 전격 발탁한다. 원화평은 반대를 무릅쓰고 증사민의 머리를 밀게 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원래 여자아이가 훨씬 크고 호리호리한 법인지라 봉을 들고 성인들과도 싸우는 그의 율동은 제법 멋을 풍겼다. 서교 못지않게 아버지 황기영(견자단)을 바라보는 눈빛도 애틋하고 귀여웠다. 안타까운 건 그 이후였다.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영화 출연 제의를 고사했고 왕소명, 요민기 감독의 <국산설합위룡>(1996, 국내 <호한영웅>으로 출시)에만 짧게 출연한 게 증사민 경력의 전부다.

더불어 <철마류>는 또 다른 무술 고수들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진용>(1989)을 보며 중국 전국청년경극 최우수 배우상에 빛나는 우영광(김성수 <무사>의 중국 장군)의 실력에 반했던 원화평은 그를 전격 철마류로 캐스팅했고, 그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왕정형 역시 중국 전국무술대회에서 소림권법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실력자였다. 증사민이 <호한영웅>에 출연했던 것도 그 주인공이 우영광이었기 때문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