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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찌르는 고발의 폭소 퍼레이드
김미영 2008-08-28

새 신발 속 종이 쓰레기, 조그만 ‘빅’파이 등 고발하는 패러디 프로그램 KBS2 <개그콘서트>의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음료수를 마셨는데 이물질이 들어 있다면? 새로 산 선풍기 바람의 세기가 부채질보다 못하다면? 업체에 항의하거나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한다. 그럼 호랑이 기운이 솟는다는 광고를 보고 시리얼 제품을 사먹었는데 힘이 나지 않는다면? 새로 산 남자 팬티에 구멍이 있는 걸 발견한다면? KBS2 <개그콘서트>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에 제보하면 된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KBS1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을 패러디한 개그답게 풍자성이 짙다. 알루미늄 호일에 싼 김밥을 통해 중금속 문제를 짚고, 끝이 뾰족한 핫바의 꼬치가 흉기로 변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한다. 런치 타임에 3천원에 팔던 햄버거 세트를 5천원에 판다며 업체가 ‘착한 척’한다고 꼬집거나, 시중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빵 하나를 반으로 잘라 두개로 속여 판다며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응징하겠다”는 뼈있는 말을 뱉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태도로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보는 남자들만 뜨거워지는 핫팬츠, 얼음이 들어 있지 않은 아이스박스와 가스가 들어 있지 않은 가스레인지, 물 내릴 수 없는 어린이 좌변기로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단다. 역발상으로 허를 찌르는 웃음도 준다. 초코파이보다 작으면서 빅파이로 불리는 과자, 상어 맛이 안 나는 하드, 새 신발 속에 든 종이 쓰레기 등도 고발 대상이다. 황현희 PD가 “달력 어디에도 표시돼 있지 않은 일요일은 자장라면 먹는 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때쯤엔 <개그콘서트> 공개홀을 채운 방청객도, 집에서 보던 시청자도 자지러진다. “하나만 걸려봐”라고 으름장을 놓는 황현희 PD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업자인 유민상은 억울한 표정으로 시정조치를 받아 적는데 그 모습을 보며 소비자이기도 한 시청자는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이쯤 되니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에도 시청자 제보가 쏟아진다.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게시판에 올라감직한 “000콘에서 플라스틱이 나왔어요”라는 제보부터 “손이 안 가는 새우깡”, “다른 우유는 더럽다는 인식을 주는 깨끗한 우유” 등을 개그 소재로 써달라는 청원도 눈에 띈다.

원작을 뛰어넘는 인기에 패러디 대상인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 나섰다. 이영돈 PD는 프로그램에서 “KBS에는 두개의 소비자 고발이 있다”며 “우리 프로그램은 분노를 자아내고,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폭소를 자아낸다. 지어낸 얘기지만 배꼽 잡고 웃었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도 많이 봐달라”라고 말했다. 황현희 PD도 이를 받아쳤다. “사실 <불만제로>를 패러디했다”는 ‘파문’을 제기하더니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은 올림픽 기간 동안 결방하지만 우리는 계속 한다”며 이영돈 PD에게 “메롱”을 날렸다.

<개그콘서트>에서 ‘많이 컸네 황 회장’ 코너도 맡고 있는 황현희는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 인기 프로그램인데다 어딘가 어색한 이영돈 PD의 진행 모습이 재밌어 이름과 형식만 빌려 패러디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소재를 찾기 위해 마트를 뒤지고 광고를 눈여겨본다”는 그는 “개그는 특성상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고발에 그치지 않고 시정조치까지 내려 웃음을 준다”고 했다.

“시청자가 웃는 그날까지”를 구호로 내건 황현희 PD의 문제제기에 업자 대신 명쾌한 해답을 건네는 시청자의 참여도 있어 코너는 더 빛이 난다. 한 시청자는 “시리얼을 먹고도 호랑이 기운이 솟지 않은 건 “좋았어”를 외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라고 글을 남겨 게시판을 훈훈하게 달구기도 했다.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