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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보는 TV] 금메달 못 따도, 애국가 안 나와도 괜찮아

막말 중계 논란부터 스타 선수를 향한 구애까지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댓글들

베이징올림픽 중계방송은 평균 시청률 30%를 웃돌며 ‘대박’을 터뜨렸지만 중계를 지켜본 댓글가엔 코웃음이 넘친다. 한마디로 “방송사는 삼류고, 대표팀 선수들은 일류”(김승원)란다.

언론에서 앞다퉈 비난한 ‘막말 중계’ 때문일까? 수영선수 박태환을 응원하다 “펠프스, 힘내라!”고 외쳐버린 해설자, 내내 괴성만 지르다 금메달을 따자 “울어도 좋아요!” 하며 울음을 터뜨린 캐스터, “밀어붙여! 안 돼!”라며 반말로 일관한 심권호 전 국가대표에 대한 반응은 뜻밖에 “완전 재밌었음”(한나)이다.

“다 괜찮아! 소리 질러…막 질러! 해설자가 안 시끄럽고 조용하면 경기가 재미없는 거 아세요?”(민우올시다) “다 좋아 죽는데 무슨 해설이냐. 같이 소리 지르는 게 낫지. 중계석에서 바늘로 허벅지 찌르며 침묵수행하리?”(세상에 단 하나) 해설자의 흥분을 북돋우는 댓글이 줄은 잇는 가운데 ‘해설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렇게 하면 수비를 잘할 수 있고 공격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 시청자가 백날 들어봐야 무슨 소용 있습니까? 경기 전에 선수나 감독들에게 미리미리 얘기해줄 것이지, 웬 뒷북이래?”(양양)

방송이 3사가 아니라 ‘삼류사’인 이유는 “탁구 준결승을 자리도 못 뜨고 지켜보는데 똑같이 양궁 중계로 돌려버리면 어쩌냐”(cla)는 것. “박태환 은메달만 중계하고 다른 은메달 시상식은 중계 안 하는 불공정 방송”(봄꽃)이며 “<애국가> 안 나오면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찌질이들”(고구려조의)이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조정에 출전한 장강은 선수도 한국 대표팀이다”(성질나), “시청자는 근대 5종 경기를 볼 권리가 있다”(칼루이스)며 자판을 힘껏 두드렸으나 방송사들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한 김유석 선수가 예선을 치르고 있습니다…”(길이)라며 대신 중계를 하거나 “중계 안 되는 경기 결과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서인정)며 정보를 공유했고 “조정 선수들의 프로필과 굳은살 박인 손바닥을 공개한다”(미사리)며 뜻있는 이들의 응원을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중계 밖 댓글가는 더욱 떠들썩해 일일이 옮기기엔 지면이 좁다. 몇 가지 의미(혹은 재미)있는 사건만 추리자면, 1. 여자 양궁 단체전경기 때 호루라기 불었던 중국 관객의 모습을 화면 캡처해 누구인지 밝혀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 때 맹활약했던 네티즌 과학수사대들의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계 카메라가 양궁 선수들의 얼굴만 집중적으로 비춰 ‘호루라기 관객’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2. 베드민턴 이용대 선수를 비롯해 수많은 올림픽 스타들이 탄생했다. “스매싱한 셔틀콕이 누나가슴 파고들고/ 점프마다 복근노출 쌍코피에 빈혈난다…”가 주제연인, 9연18행짜리 1용대찬가’가 등장해 인기리에 펌질되고 있다. 한편 역도 장미란 선수와 배우 권상우의 만남을 시작으로 대표팀 선수들과 연예인들의 만남이 잇따르자 “동방신기 팬들은 오늘부터 역도하겠구나”(훈훈한 감동), “나도 역도해서 꼭 김태희랑 결혼할 거야”(베리즈코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3. “역도 이배영 선수의 아름다운 투혼에 눈물을 흘렸다”(널사랑해)는 격려의 댓글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가운데, 이번 올림픽과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댓글 역시 이배영 선수의 투혼에서 비롯됐다. “역도에서까지 ‘쥐’가 문제를 일으킬 줄 몰랐습니다.”(이외수) 2008 베이징올림픽이 끝났다. “이제 드라마 보여줘, 제발.”(김은지)

사진제공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