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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잃어버린 젊음을 반추 <맘마미아!>
이화정 2008-09-03

뮤지컬 능가지수 ★★ 중견배우 변신지수 ★★★★ 코믹 지수 ★★★

할리우드에서 대작 뮤지컬이 영화화되는 것은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2001년 <물랑루즈>에 연이은 <시카고>의 비평과 흥행의 성공은 할리우드 대작 뮤지컬영화의 출현을 가속화했다. 스웨덴 출신의 인기 그룹 아바의 히트곡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킨 <맘마미아!> 역시 1999년 런던 초연 이후 160개국 도시에서 3억명 이상이 관람한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로 영화계의 잇단 러브콜을 받은 작품이다. 뮤지컬의 흥행 신화를 이룬 일등공신 프로듀서 주디 크레이머와 작가 캐서린 존슨, 감독 필리다 로이드 삼인방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의기투합했다. 여기, 아바의 멤버 베니 앤더슨과 비요른 울바에우스가 총제작자로 참여, 노래를 재편곡하면서 영화만의 새로운 색깔을 입힌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도나(메릴 스트립)의 딸 소피(아만다 시프리드). <맘마미아!>는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피의 하룻동안의 해프닝을 그린다. 소피는 어느 날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빠일지도 모르는 일기장 속 세 남자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한다. 그러나 아빠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볼 거라 믿었던 그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갑작스런 옛사랑의 등장에 당황한 도나, 그리고 각자 자신이 아빠라고 주장하는 세 남자로 인해 결혼식은 난장판이 된다.

사랑에 빠진 소피는 한때 똑같은 사랑을 꿈꾸었지만 지금은 주름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도나의 거울과 같은 존재다. 영화는 딸의 결혼식에 정작 주인공이 된 엄마라는 모녀의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 모두의 잃어버린 젊음을 반추한다.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초호화 들러리’로 내세우며 코믹한 노래와 춤을 주조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문득문득 슬픔을 전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즐겨 부를 수 있는 아바의 대중가요로 법석을 떠는 동안 영화는 정작 디테일한 감정 변화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했다.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없이 등장부터 빛나는 메릴 스트립의 존재다. 그녀가 그리스의 푸른 바다를 뒤로한 채 떠나버린 사랑의 회한을 그린 <The Winner Takes It All>을 부르는 장면은 <맘마미아!>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tip/<맘마미아!>의 스튜디오 촬영은 뜻하지 않게 <007>을 촬영한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분장실에서 창에서 반대편에 있는 커다란 창고에 007이 장식되어 있었다. 매일 촬영 때마다 007을 보면서 작업을 했다고. ‘신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브로스넌은 결국 이 우연을 남기고자 촬영 틈틈이젤을 꺼내 그 광경을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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