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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허구의 교차 <영화는 영화다>
주성철 2008-09-10

강지환 성깔 지수 ★★★★ 여배우들 매력 지수 ★★ 영화 속 봉 감독 코믹 지수 ★★★★

의외의 발견이다. <추격자>를 떠올릴 것까진 없지만 신인감독 장훈의 이름은 충분히 기억해둘 만하다. 아직 영화배우로서 단맛을 보지 못한 소지섭과 강지환의 대결, 그리고 전혀 추석 대목 영화답지 않은 제목 등 <영화는 영화다>는 두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선뜻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게 사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속 영화’라는 점에서 꽤 매력적인 구석을 지니고 있다. 실제와 허구의 교차, 배우와 깡패의 이중생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루한 뒷모습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꽤 거칠지만 ‘정말 별것 없다’고 말하는 듯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배배 꼬지 않은 그 묘사가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1차원적이어서 때론 속시원한 느낌까지 준다. 캐릭터도 그렇다. 두 배우의 정제되지 않은 매력을 다듬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치환한다. 연기건 사생활이건 돼먹지 못한 스타 배우와 한때 단역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던 ‘연기 지망생 깡패’는 그렇게 만나 성장해간다.

영화배우 장수타(강지환)는 지나치게 다혈질이다. 심지어 출연하는 영화의 액션신에서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 영화는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어느 배우도 깡패 같은 배우 수타의 상대역으로 나서지 않아 궁지에 몰린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한때 룸살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넘버 투 이강패(소지섭)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 당시 강패는 수타 매니저 약값으로 쓰라며 수표에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줬던 것. 사실 오래전부터 영화배우를 꿈꾸기도 했던 강패는 수타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며 출연에 응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액션신은 연기가 아닌 실제 싸움을 하자는 것. 깡패 못지않은 ‘한 성질’ 지닌 수타도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 두 사람의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영화 촬영이 시작되고, 그러면서 강패는 영화 속 여주인공이기도 한 미나(홍수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렇게 강패는 자신의 조직 일과 영화 일을 병행하며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싸움뿐만 아니라 정사신까지 실연하려는 초짜배우 소지섭은 각본을 맡은 김기덕 감독을 떠올리며 비유하자면 그야말로 ‘나쁜 남자’다. 그 진짜 깡패가 영화 속 깡패로 들어와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때론 비약을 거듭하지만,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두 배우의 조합이 꽤 큰 화학작용을 빚고 있기에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쉴 틈 없이 강풍만 틀어놓은 선풍기라고나 할까. 한때 <초록물고기>에 운전사 단역으로 출연했을 정도로(물론 영화 속 설정) 내면 깊숙이 배우의 꿈을 품은 나쁜 남자의 욕망과 과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쉽긴 하지만,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조폭 드라마라는 점에서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와 비교하자면 <영화는 영화다>가 조금 더 흥미로웠다 말할 수 있다.

tip/소지섭과 강지환이 끝 모르게 충돌하는 가운데 영화 속 영화를 연출하는 봉 감독(고창석)의 능청스런 연기는 진짜 백미라고 할 만큼 큰 웃음을 자아낸다. 유상곤의 단편 <이른 여름, 슈퍼맨>(2001)의 슈퍼맨으로 출연했던 그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 금자에게 특수제작 권총을 만들어주던 우소영(김부선)의 남편으로 출연한 적 있으며 그외 <야수> <예의없는 것들> <> <바르게 살자>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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